소음 갈등 겪다 이웃 추락사…"밀었단 증거 부족" 항소심도 무죄
수원의 한 빌라에서 소음 갈등을 겪다 계단에서 추락해 숨진 60대 남성의 사건을 두고 항소심도 이웃의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이 갈등을 겪던 중 ‘밀어서’ 떨어트렸는지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수원고법 형사3-3부(고법판사 허양윤 원익선 김동규)는 폭행 치사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17일 이웃이던 B씨를 계단에서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평소 B씨가 빌라에서 시끄럽게 한다며 여러차례에 걸쳐 112 신고를 했을 정도로 그와 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17일 오전 4시께 B씨가 빌라에서 소란을 피우면서 A씨 집 벨을 누르자 화가 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던 계단에서 B씨의 가슴을 밀어 떨어지게 했다는 게 공소사실 속 범행 내용이다. 이로 인해 B씨는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이틀 만에 숨졌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밀치는 방법으로 폭행했을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했다. 평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못했고, ‘B씨가 초인종을 눌러 밖에 나갔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려 했고, 앞서 가던 B씨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는 A씨의 진술과 달리 실제 B씨는 뒤통수와 등 부분이 바닥을 향해 넘어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밀었다는 ‘객관적·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 상으로 피해자의 추락 원인을 정확히 감정하기 어렵고, 두 사람이 과거 갈등을 겪긴 했지만 물리적 충돌을 빚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유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CCTV 상 B씨의 추락 이후 A씨가 추락 자세를 바꾸려 시도한 정황이 있고, 통상 자신의 눈 앞에서 누군가 굴러 떨어졌음에도 28분여가 지난 후에야 B씨의 상태를 확인한 점 등을 볼 때 유죄가 의심된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와 연구원의 증언 등을 근거로 B씨의 정확한 추락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은 무죄 판단을 내렸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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