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서 이웃 밀쳐 숨지게 한 혐의 60대 항소심도 무죄…'증거 부족'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소음 갈등을 겪던 이웃을 계단에서 밀쳐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3-3형사부(허양윤·원익선·김동규)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65)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17일 새벽, 수원시 영통구 자신의 주거지인 빌라에서 B씨(61)를 계단에서 밀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평상시에도 B씨가 시끄럽게 해 수회에 걸쳐 112 신고를 하는 등 B씨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발을 헛디뎌 앞으로 굴러 넘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CCTV 영상에는 B씨가 뒤통수와 등 부분을 바닥 방향으로 향한 상태에서 계단 아래 방향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A씨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봤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B씨의 추락 원인이 A씨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원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원만하지 않은 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폭행과 같은 충돌 상황까지 나아간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A씨가 정신질환으로 과거 17년가량 입원해 있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사정을 감안할 때 A씨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과수 감정서에도 "피해자의 추락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감정서를 작성한 국과수 직원은 "피해자가 어떤 원인에 의해 추락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과수의 감정물 영상을 보더라도 B씨가 발을 헛디뎌 실족한 것인지 외력에 의해 추락한 것인지 여부를 판독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합해보면 이 사건을 증거부족으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해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