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6호골' 황희찬, 9경기 만에 '커리어 하이' 달성...평점 7.8+울버햄튼 '에이스'로 우뚝!→울버햄튼은 빌라와 1-1 무
[포포투=한유철]
황희찬이 울버햄튼 원더러스 소속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울버햄튼은 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8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와 1-1로 비겼다.
[프리뷰]
시즌 개막 전부터 울버햄튼 내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구단의 영입-매각 행보에 불만을 터뜨렸고 구단과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울버햄튼은 이번 여름 마테우스 누네스와 후벵 네베스, 네이선 콜린스 등 여러 핵심 선수들을 대거 매각했다. 적절한 보강이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아니었기에 로페테기 감독은 불만을 표출했고 결국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팀을 떠났다. 그의 뒤를 이어 게리 오닐 감독이 왔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진 못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울버햄튼은 리그 개막 후 6경기에서 단 1승만을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브라이튼 등 강팀들을 상대로 한 패배는 어쩔 수 없었지만 잡아야 할 경기에서도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좋지 않았다.
루턴 타운전과 입스위치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선 루턴은 이번 시즌 새롭게 1부 리그에 합류한 팀이다. 극적인 승격 드라마를 쓰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시즌 돌입 후에는 1부 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강력한 '강등 후보'인 만큼, 울버햄튼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경기 결과는 달랐다.
울버햄튼은 루턴을 상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기준, 루턴은 전반전에 무려 9회의 슈팅을 시도하며 울버햄튼을 압박했다. 점유율도 55.6%로 앞섰고 이외 세부 지표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반면 울버햄튼은 퇴장 악재가 있긴 했지만, 전반전에 슈팅 0회라는 굴욕적인 지표를 기록했다. 후반전 선제골을 넣긴 했지만, 곧바로 동점골을 헌납했고 그렇게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입스위치전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리그컵인 만큼, 힘을 뺐다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그럼에도 2-3 역전패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내용 자체를 압도한 것도 아니었다. 입스위치는 현재 2부 리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는 팀이다. 그런 점에서 이 경기 결과는 1부 리그 하위권과 2부 리그 상위권 간의 격차가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동네북이 된 울버햄튼. 하지만 직전 경기에선 기적을 썼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홈으로 불러들여 극적인 2-1 승리를 기록했다. 울버햄튼은 탄탄한 수비로 맨시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고 페드루 네투를 필두로 한 빠른 역습으로 맨시티를 위협했다.
그 중심엔 황희찬이 있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개막 후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매 경기 나서고 있으며 무려 4골을 터뜨리는 중이다. 지난 입스위치전 득점까지 합하면 8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이는 울버햄튼 입성 이후, 황희찬이 기록한 커리어 하이와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만큼,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리그 두 자릿수 득점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맨시티전에선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경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울버햄튼의 공겨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황희찬을 이름이 아닌 '코리안 가이'로 불렀다. 페드루 네투와 마테우스 쿠냐의 이름은 정확하게 발음했기에 '인종 차별'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등 이 발언은 논란이 됐다.
하지만 황희찬은 이 경기에서 주인공이 됐다. 8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황희찬은 후반 21분 박스 안에서 침착한 슈팅을 시도해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후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이 골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경기 이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황희찬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울버햄튼은 정말 잘했다. 수비적으로도 뛰어났다. 황희찬, 쿠냐, 네투 같은 공격수들도 전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울버햄튼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황희찬. 동료들의 신뢰도 더욱 굳건해졌다. 울버햄튼의 미드필더 마리오 르미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을 언급하며 황희찬을 극찬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에 따르면, 그는 "나는 그 상황을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황희찬은 우리 팀 최고의 선수다. 그는 잘 뛰고 있으며 남은 기간 동안에도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들이 뭐라 하건 관심이 없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 모두는 황희찬을 알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원이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라고 덧붙였다.
맨시티를 잡으며 상승세에 시동을 건 울버햄튼. 하지만 빌라는 만만치 않은 팀이다. 이번 시즌 리그 7경기에서 5승 2패(승점 15점)를 기록하며 5위에 올라 있다. 최근 공식전 5경기에선 3승 2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리그로만 한정하면 3연승을 질주 중이다. 특히 지난 브라이튼전에선 무려 6득점을 터뜨리며 갈매기 군단의 날개를 완전히 꺾었다.
최근 맞대결 전적에선 울버햄튼이 앞서 있다.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공식전 5경기에서 울버햄튼은 단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빌라가 '에메리 매직'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도 울버햄튼에는 0-1로 패했다. 확실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상황. 경기도 울버햄튼 홈에서 펼쳐지는 만큼, 주눅들 필요는 전혀 없었다.
또한 빌라의 선수단 상황도 좋진 않았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기준, 에밀리아노 부엔디아를 비롯해 5명의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부바카르 카마라와 무사 디아비 역시 몸 상태가 좋진 않았다. 반면 울버햄튼은 퇴장 징계를 당한 장리크네르 벨레가드르를 제외하곤, 최상의 라인업을 가져올 수 있었다.
[경기 내용]
울버햄튼은 3-4-3 포메이션을 가져왔다. 황희찬, 쿠냐, 네투, 아잇-누리, 레미나, 고메스, 세메두, 토티, 도슨, 킬먼이 선발로 나왔고 조세 사가 골문을 지켰다. 이에 맞선 빌라는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왓킨스, 디아비, 맥긴, 루이스, 카마라, 캐시, 디뉴, 토레스, 카를로스, 콘사가 선발 명단을 채웠고 마르티네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빌라가 포문을 열었다. 전반 5분 디아비의 크로스를 받은 토레스가 박스 안에서 헤더 슈팅을 가져갔지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빌라가 기세를 이었다. 전반 7분 맥긴의 크로스를 받은 캐시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빌라가 계속해서 압박했다. 전반 8분 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은 맥긴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문 위로 크게 벗어났다. 울버햄튼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12분 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은 고메스가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수비에게 막혔다.
빌라가 맹공을 펼쳤다. 전반 18분 카마라의 패스를 받으 콘사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수비에게 막혔다. 이어진 상황에서 루이스의 슈팅까지 나왔지만 이 역시 유효슈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울버햄튼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전반 33분 황희찬의 크로스를 받은 아잇-누리가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전반 막바지, 빌라가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43분 루이스의 연속 슈팅이 나왔지만 모두 상대 수비에게 막혔다.
울버햄튼도 기회를 잡았다. 전반 추가시간, 킬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어려운 각도에서 슈팅을 가져갔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전반전엔 팽팽한 흐름이 지속됐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기준, 울버햄튼인 50.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근소 우위에 있었지만 슈팅은 빌라가 8개로 더 많았다. 하지만 빌라의 슈팅 중 대부분이 수비에게 막혔기 때문에 찬스는 두 팀 모두에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후반전 첫 슈팅은 빌라가 가져갔다. 후반 1분 맥긴의 크로스를 받은 왓킨스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조세 사의 선방에 막혔다. 빌라가 계속해서 공격을 전개했다. 후반 7분 디뉴의 크로스를 받은 루이스가 박스 안에서 헤더 슈팅을 가져갔지만 공은 골문 위로 크게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울버햄튼이 먼저 앞서 나갔다. 전반 8분 네투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해 빌라의 골망을 갈랐다. 리그 5호골이자 시즌 6번째 득점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리드를 허용한 빌라. 곧바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10분 왓킨스의 패스를 받은 토레스가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울버햄튼의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경기는 더욱 치열하게 진행됐다. 후반 14분엔 왓킨스와 도슨이 모두 고통을 호소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후반 중반, 울버햄튼이 득점 찬스를 잡았다. 후반 27분 도슨의 침투 패스를 받은 세메두가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울버햄튼이 공격을 주도했다. 후반 33분 칼라이지치의 패스를 받은 네투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위로 벗어났다.
울버햄튼이 맹공을 펼쳤다. 후반 38분 네투의 패스를 받은 칼라이지치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가져갔지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후반 39분엔 트라오레의 패스를 받은 레미나가 박스 바깥에서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를 뚫지 못했다.
후반 막바지, 경기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후반 추가시간엔 레미나가 거친 태클로 두 번째 경고를 받았고 퇴장을 당하기까지 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빌라가 맹공을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 루이스와 자니올로 등이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울버햄튼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종료 직전, 왓킨스의 결정적인 헤더 슈팅은 골대에 맞았고 경기는 1-1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엔 빌라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후스코어드' 기준, 전반전엔 울버햄튼에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후반전 주도권을 잡았고 점유율을 53.7%까지 끌어올렸다. 슈팅도 18회나 시도했고 패스 성공률도 우위에 있었다.
황희찬은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후스코어드' 기준, 평점 7.7로 경기 전체 1위에 올라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도 황희찬에게 경기 최고 평점인 7.6을 부여했다.
세부 지표도 좋았다. '소파 스코어' 기준, 86분을 소화한 황희찬은 1번의 유효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했고 크로스 1회, 롱볼 1회, 지상 경합 승리 4회, 블록 1회, 인터셉트 1회, 태클 2회 등 공수 양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지의 평가도 좋았다. 영국 매체 '버밍엄 메일'은 황희찬에게 경기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하며 "경기 시작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마르티네스에게 거센 압박을 했고 쿠냐와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루이스에게 얼굴을 가격당하며 부상을 당했지만, 이를 훌훌 털고 득점을 기록했다"라고 평가했다.
어느덧 리그 5호골. 황희찬은 이로써 울버햄튼 소속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2021-22시즌에 올린 5골이었지만, 이번 시즌엔 어느새 컵 대회 포함 6골을 넣는 중이다. 심지어 출전 횟수는 9회에 불과하다. 9경기에서 6골. 손흥민 못지 않은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은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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