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 5년서 두달로 줄인 ‘이 기술’…“인류 구했는데 노벨상 당연”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생리의학상에 mRNA연구 커리코·와이즈먼 박사
생리의학상 발표를 속보로 들었을 때 “올해구나!”라는 생각했습니다. 커털린 커리코 박사. mRNA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는 길을 터 준 과학자였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 10년 넘게 공동 연구를 해왔던 드루 와이즈먼 박사도 함께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2021년부터 노벨상 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그만큼, 인류에 미친 영향이 큰 연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발표와 동시에 수상자들의 성과를 기사로 써야 했을 과학 담당 기자들의 마음도 여유로웠을 것 같습니다.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만큼 대부분의 기자들은 기사를 미리 준비해 놨을 테니까요.
다른 길로 샜네요. 노벨상 주간을 맞이해, 올해 노벨 과학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공적을 과학 교과서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주에 한 번씩 이 연재 글을 쓰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 달간은 아이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세포의 핵 안에 있는 염색체는 유전물질인 DN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DNA는 아시죠? 기다란 사슬 모양의 물질로 유전 정보가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후 중학교 때는 체세포 분열, 생식세포 분열을 통해 우리 몸이 커가는 과정, 그리고 유전되는 과정을 배웁니다.
이어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통합과학’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생명 시스템’이라는 단원입니다. 이곳에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모두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통합과학에서는 중학교 3학년 때 배웠던 과정을 잠시 복습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어려운 내용을 설명합니다. DNA가 RNA로 ‘전사’되어 ‘단백질’로 ‘번역’된다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어렵지만 이 단어는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즉, DNA는 RNA를 거쳐서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단백질’이 먹는 거냐고요? 아니요. 우리 몸의 특정한 형태, 즉 ‘형질’을 의미합니다. 저는 얼굴에 주근깨가 많습니다. 머리는 조금 큰 편이고 살도 잘 찝니다. 코는 약간 매부리코에요. 이 모든 것들이 단백질에 의해 나타나는 ‘형질’입니다. 이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 정보는 각기 다릅니다. 이 설명을 빠트렸네요. DNA는 A, T, G, C라는 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염기의 특정한 배열이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이 특정한 배열을 ‘유전자’라고 하죠.
mRNA의 ‘m’은 ‘메신저’를 뜻합니다. 즉 DNA로부터 전사돼 ‘리보솜’으로 운반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인공적으로 만든 mRNA를 우리 체내에 넣어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겠죠. 백신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백신은 ‘바이러스’를 넣는 방식입니다. 즉 독감 백신은, 실제 독감 바이러스를 체내에 넣습니다. 물론 독성을 약화하거나 아예 없앤 상태입니다. 그러면 체내에서는 “침입자가 왔다!”라고 깨닫고 이를 무찌를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냅니다. 이 항체는 우리 몸에 존재하다가, 실제 독감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오면 나타나 이들을 무찌릅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단백질을 미리 만드는 RNA를 넣어주는 겁니다. 체내에 RNA가 들어왔으니, 이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단백질을 만들 것이고, 이 단백질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거죠. 코로나바이러스를(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바이러스를 뜻합니다) 예로 들어볼게요.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와 결합하면서 감염으로 이어집니다. mRNA 백신은 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정보를 인체에 전달해 체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합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항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 감염을 차단하게 됩니다. mRNA 백신은 병원체의 유전 정보만 알면 빠르게 설계가 가능한 만큼 기존 백신보다 빠르게 출시가 가능합니다. 인류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염기 서열이 확인되고 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설계가 됐고 60여일 만에 임상할 수 있는 백신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전 방식으로는 4~5년이 걸리던 일입니다.
커리코 박사와 와이즈먼 박사는 30년에 가까운 연구 끝에 mRNA의 염기를 조절해 체내에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을 없애는 데 성공합니다. 2005년도의 일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이후 다양한 mRNA 연구가 이어졌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진가를 발휘합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들의 연구 결과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mRNA는 백신을 넘어 다양한 치료제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의 삶은 또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이들의 인생사가 궁금하신 분은 미라클레터 10월 7일 자를 클릭해주세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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