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만 하는 당신, 전기차 절반만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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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새벽잠이 오지 않아 아파트 앞 지상 주차장을 서성였다.
자동차 업계에선 스마트폰처럼 소비자가 자동차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공간 활용 방식이 넓어진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전기차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또 하나의 스마트기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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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새벽잠이 오지 않아 아파트 앞 지상 주차장을 서성였다. 출출함을 달래러, 기아 이브이(EV)9의 브이투엘(V2L) 젠더에 주방에서 쓰던 전기주전자를 가져와 연결했다. 평소대로 주전자 속 물은 빠르게 끓어올랐다. 어느새 쌀랑해진 가을 바람을 맞으며 컵라면을 끓여먹었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정도로만 사용하던 차량의 배터리를 여러 전력기기의 전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은 꽤 편리했다. 휴대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가 생긴 셈이었다. 1ℓ 남짓의 물을 끓인 뒤 배터리 충전 정도를 살펴보니 소모량은 거의 없었다.
전기차는 동력원으로 내연기관을 없애고 배터리를 넣었다는 점이 가장 새롭다. 더 이상 자동차가 이동수단으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게 변화의 핵심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에너지 기업에서는 남는 전기를 모아두는 일종의 전력수요관리 플랫폼(전력량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기 사용자가 사용량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용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스마트폰처럼 소비자가 자동차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공간 활용 방식이 넓어진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전기차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또 하나의 스마트기기라고 강조한다.
전기차 구입 뒤 좋은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직장인 천아무개(41)씨는 1년 전 전기차 테슬라 와이(Y)를 구입한 뒤부터 더 이상 아이가 학원에서 끝나길 기다리는 시간이 괴롭지만은 않다고 했다. 내연기관차를 탈 때는 배기가스를 계속 배출하는 공회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차량 안에 오래 있기가 쉽지 않았다. 여름·겨울에는 시동을 끄고 차량 안에 머물기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전기차로 바꾼 뒤에는 에어컨과 열선을 켠 채 차량 안에 있어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천씨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83만명이 회원인 네이버 카페 ‘전기차 동호회’의 전기차 꿀팁 총정리(2022년 11월 작성)를 보면, 고속도로 게이트나 공공도서관 등 공영주차장 50% 할인을 받고, 부산 광안대교 같은 특정 유료도로 통행료도 별도 등록할 경우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손꼽힌다. 지난달 21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탄소중립형’ 야영장인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도 개장했다. 이곳은 무공해차만 이용 가능한 야영장으로, 주차 이후 전기버스를 타고 야영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자동차세도 내연기관차는 배기량에 따라 차등 부과되지만 전기차는 차량 크기나 가격에 관계없이 일괄 10만원과 지방교육세 3만원을 더해 13만원만 내면 된다는 점도 작은 인기 요인이다. 물론 이런 조건 때문에 대형·고가의 전기차주만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전기차를 더 잘 운전하는 법도 따로 익혀야 한다고 전기차 운전자들은 강조한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는 보통 정지하는데 전기차의 경우 정지하는 힘을 이용해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을 할 수 있다. 회생제동을 적절히 이용하면 제동 시스템의 수명을 늘리고 배터리 충전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이 시스템은 전기차 스스로 작동한다. 그러나 비포장도로나 눈길·빗길·노면이 고르지 못할 때 좌우 바퀴의 회전수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 차량이 자동으로 회생제동을 꺼버릴 수 있고 이때 차량이 갑자기 가속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년 전 아이오닉5을 구입해 이용 중인 직장인 임아무개(33)씨는 “전기차를 타면서 기존 운전 습관들을 바꿨다. 전기차는 순간 가속이 잘 되어 엑셀을 살살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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