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여론조작·국감 호출…동네북이 된 포털[사이다IT]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TF 등 포털 규제 속도
지나친 산업 규제는 서비스 혁신 위축 우려…"사업자 자정 노력 이끌어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짜 뉴스’, ‘여론 조작’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가짜뉴스 유통 사업자로 지목된 데 이어 다음 스포츠의 ‘클릭 응원’ 논란을 계기로 여론조작 방조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포털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입니다. 가짜뉴스 이슈 뿐 아니라 갑질 논란 등 다양한 사유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등에서 네이버 및 카카오 본사 및 계열사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했거나, 창업자를 부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네이버, 카카오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전방위적으로 여론 조작을 막아야 한다며 범부처 TF(태스크포스) 구성에 나섰습니다.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 당시 다음스포츠 응원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때 90%를 넘자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긴급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내린 조치입니다.
카카오 내부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응원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온 이유는 네덜란드와 일본 2개의 해외 IP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려 1988만건의 클릭수를 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전체 해외 IP 클릭의 99.8%를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두 개의 해외 IP는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한 우회접속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현안보고에서 "우리나라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이미 드루킹 사태를 비롯해 가짜뉴스에 의한 대선 조작 시도 등으로 사회적 우려가 큰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 배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플랫폼화 급진전되면서 가짜뉴스·유언비어 문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공동체의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진짜와 구분이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제도적 정비방안이 현안 과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여당의 날선 행보가 이같은 시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후속책으로 곧이 받아들이는 시각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는 11일 재보궐 선거 및 내년 5월 총선 등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뉴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를 겨냥한 윽박이 반복돼왔기 때문이죠.
정부여당은 '가짜뉴스' '여론 조작' 이슈와 맞물려 포털 책임론을 전면화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디지털화가 급진전되면서 역기능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감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이번에 논란이 된 다음스포츠 '클릭 응원'은 비로그인 기반이며 응원 횟수 제한이 없었습니다. 매크로 동원 등 조작에 취약한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입니다. 네티즌들의 '클릭 놀이'에 불과할 수 있는 스포츠 섹션의 응원 서비스를 너무 확대 해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과도한 옥죄기가 현실적으로 최적의 정책 방안일까요.
'여론 조작' 등을 빌미로 포털 관리 책임을 지나치게 의무화할 경우 게시판·댓글 등 이용자 참여 서비스는 상당한 제약이 뒷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 섹션은 물론 정치와 상관없는 단순 연예·드라마·스포츠 관련 서비스도 열외가 될 수 없다는 게 이번 응원 서비스 조작 논란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국내 인터넷 업체들의 커뮤니티 서비스 출시 전략이 벌써부터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기존 서비스들마저 하나둘씩 중단되고 있습니다. 포털 다음은 논란이 된 클릭 응원 서비스를 폐쇄했고, 지난 6월에는 뉴스 댓글을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실시간 채팅 형태로 바꿨습니다. 7월에는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 조작 논란에 휘말린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철회했습니다.
사실 이용자 참여 커뮤니티 서비스는 구글 등 해외 경쟁 플랫폼에 맞서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수성할 수 있었던 근간입니다. 네이버의 블로그, 카페 지금은 폐지된 다음 ‘아고라’와 다음 카페가 대표적이죠. 네이버 ‘오픈톡’,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는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트래픽 확대와 MZ세대 유입을 위해 주력하는 분야입니다.
과거 구글 유튜브가 판도라TV, 곰TV, 아프리카TV 등 토종 영상 플랫폼들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실명제 등 우리 기업들에게만 적용될 수밖에 없었던 규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창작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찾는다'는 명분을 대며 하나둘 유튜브로 '망명'했고, 수년 후 유튜브는 국내 시장에서도 '동영상 절대제왕'이 됐죠. 현재 네이버가 1위를 지키고 있는 포털, 검색엔진 시장 역시 구글, 유튜브, 메타 등 해외 서비스들에 잠식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네이버 57.0%, 구글 33.2%, 다음 3.9% 등 순입니다. 지난해 60%대 점유율을 지켰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50%대로 떨어졌고, 다음은 올해 5%에서 3%대로 하락하며 위기입니다.
해외 빅테크들과의 경쟁에서 자국 플랫폼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업 정책도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 디지털 역기능 대책 못지 않게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삼았으면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채림, 전 남편 허위글에 분노 "이제 못 참겠는데?"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