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혼자…‘무연고 사망’ 가파른 증가세

조휴연 2023. 10.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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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마감한 뒤에도 홀로 남겨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무연고 사망자'입니다. 전국적으로
홀몸 노인을 포함한 1인 가구가 늘면서, 시신을 인도할 가족조차 없는 무연고 사망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를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도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움직임이 생긴 겁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봉안시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봉안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강원도 춘천시의 한 봉안시설. 꽃다발과 가족들의 편지가 가득한 봉안당과 달리 한 쪽에 마치 창고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곳에는 꽃 한 송이 없이 놓인 유골함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름표가 붙어 있는 칸도 있고, '미상'이라고 적혀 있거나 그마저도 없이 발견 날짜만 적힌 칸도 있었습니다.
모두 숨진 뒤 가족을 찾지 못했거나, 가족이 있어도 인도를 거부한 '무연고 사망자'를 안치한 곳입니다. 11,000 위를 봉안하는 시설의 10% 이상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춘천안식공원 담당자인 정민규 씨는 "무연고 사망자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작년보다 올해가 좀 더 많다고 느꼈고, 연령대는 50대에서 70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유골을 안치한 뒤 뒤늦게 지인이나 가족이 찾아와 '미안하다'며 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춘천의 봉안시설엔, 전체 11,000위 가운데 10% 정도가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자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홀몸 노인을 포함해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무연고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만 해도 3,136명이었습니다. 2021년엔 3,603명으로 늘더니 2022년엔 4,842명까지 늘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2,658명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됐습니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구성의 22%를 넘어서 초고령사회가 된 강원도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강원도내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73명에서 지난해 197명으로, 3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증가율로만 보면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최근 3년간 크게 늘어, 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 인구가 많은 강원도는 증가폭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크다.


마지막까지 '외로운' 무연고 사망자가 느는 것 자체도 사회 문제지만, 이후 절차도 문제거리입니다.

유품처리부터 사망신고, 장례, 화장과 안치까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가족이나 지인이 시신 인도를 거부하니 이 일을 해 줄 사람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사후 처리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남겨집니다. 하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인력이나 예산적인 면에서 여력이 없다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가 나오면 장례식도 없이 시신을 바로 화장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사후 관리도 걱정입니다. 일단, 시신을 화장한 뒤 봉안시설에 안치한다고 해도, 5년이 지날 때까지 가족이나 지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유골은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속속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에서도 최근 이런 조례를 만들었는데요. 정재웅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사회문화위원장은 "무연고자 또는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가 코로나 이후로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례를 만들어서 시군하고 예산도 좀 나눠서 가시는 길을 책임지자는 차원에서 조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도록 하는 법안도 최근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말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자, 지방자치단체가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무연고 사망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처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는 길을 쓸쓸하게 보내지는 않는다, 국가가 그래도 이런 부분까지도 배려한다라는 취지에서 이런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이런 차원에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영 장례를 치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해 봤더니, 지난해 1인 가구 5명 가운데 1명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됐습니다. 외로운 마지막을 맞게 될 우려가 있는 이웃들이 주위에 훨씬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사회와 국가가 이런 사례가 늘지 않도록 미리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의 신체적 문제나 경제적 문제를 지역사회에서 빠르게 발굴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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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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