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에 최대 핵추진 항모 신속 파견…이란 배후설엔 “증거 없지만 하마스와 오랜 관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군사 지원에 나선 것이다.
미 정부는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이란이 하마스를 오랜 기간 지원해온 점을 고려해 이란 배후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호 전단의 동지중해 이동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항모전단은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 순양함인 노르망디함, 구축함인 토마스 허드너함, 매미지함, 카니함, 루스벨트함 등으로 구성됐다.
현존하는 항모 중 가장 큰 제럴드 포드함은 전장 약 351m, 선폭 약 41m(비행갑판 80m), 배수량 11만2000t등 초대형 규모로 비행기를 75대 이상 탑재할 수 있다. 또한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통해 동력을 20년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으며 전자식 사출장치, 강제 착륙 장치 등이 장착돼 있어 ‘슈퍼 핵 항모’로 불린다. 항모전단 파견은 하마스로 유입될 수 있는 무기를 차단하고 중동 지역의 다른 무장단체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 국방군에 탄약을 포함한 무기와 군사 장비를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방부는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첫 군사 지원 물자가 이날 이스라엘로 출발했다고 오스틴 장관은 밝혔다. 또한 공군 대비태세 확립 차원에서 중동 역내에 F-35, F-15, F-16, A-10 등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는 조치도 취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가 군 태세를 강화하고 신속하게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이스라엘군과 국민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지원을 보여준다“면서 ”이스라엘이 국민을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이스라엘 측과 계속 긴밀하게 연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급습 계획을 마련했고, 지난 2일에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회의를 열고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미 정부는 아직까지 이란이 개입한 직접적인 증거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정부 역시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는 것이 다소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면서도, 이란과 하마스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자금 지원이나 공동 훈련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가 수년 간 이란으로부터 받은 지원 없이는 지금과 같은 모습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란은 제재가 있든 없든 간에 테러리즘과 하마스 같은 조직을 지원하는 데 자금을 쓰는 일에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가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조건으로 이란 원유수출대금 60억달러 동결 해제에 합의한 것이 이란의 하마스 지원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대해 해당 자금이 식량, 의약품, 의료 장비 구매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해당 계좌에선 단 1달러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충돌 이틀째인 8일까지 양측 사망자는 1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군인 44명을 포함해 약 700명으로 늘어났고.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413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당국이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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