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폴 영입한 GWS, ‘신의 한수’ 될까?

김종수 2023. 10.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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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고수들에겐 놀이터요, 하수들에겐 생지옥이 아닌가’ 바둑 영화 ‘신의 한수’의 명대사중 하나다. 서로간 치열하게 벌이는 수싸움에서 누군가 한 두수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가 있다면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도 있다. 고수들의 놀이터라는 대목이 유독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있었던 2023~24 프리시즌 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LA 레이커스를 125-108로 제압했다. 프리시즌은 시즌을 앞두고 다양한 전략 전술 시험 및 선수간 테스트 등 최종점검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만큼 승패는 크게 의미가 없다. 결과보다는 경기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게 맞다.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39‧206cm)와 골든스테이트의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이 무리하지 않고 경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단연 베테랑 가드 크리스 폴(38‧183cm)이었다. 골든스테이트와 인연이 없을듯 싶었던 그는 비시즌간 황금전사 유니폼을 입게 됐고 올해부터 한때 자신이 그렇게 무너뜨리려고 노력했던 팀에서 같이 뛰게 됐다. 골든스테이트에서는 폴 영입에 진심을 다했다.


커리를 이어 팀의 미래로 성장이 기대됐던 조던 풀(24‧193cm)을 주고 데려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많은 나이 차이를 감안했을 때 골든스테이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매시즌 우승을 향해 달려야 하는 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팀 플랜보다는 당장의 몇년을 선택했다.


스테판 커리(35‧188cm), 클레이 탐슨(33‧198cm), 드레이먼드 그린의 프랜차이즈 3총사가 있을때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팬과 관계자들은 폴의 합류가 골든스테이트 전력에 큰 변화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장 3~4년 전만 같았어도 슈퍼팀이라는 단어가 언급될만도 하지만 폴도 이제 30대 후반의 노장인지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졌다.


외려 폴이 합류한 골든스테이트보다는 밀워키 벅스, 보스턴 셀틱스, 피닉스 선즈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29‧211cm)가 이끌고 있는 밀워키에는 데미안 릴라드(33‧187cm)가 가세했다. 그렇지않아도 우승 후보 중 한팀에 리그 최고의 공격형 가드중 한명이 추가된지라 디펜딩 챔피언 덴버 너기츠를 위협할 대항마로 떠올랐다.


피닉스도 만만치 않다. 데빈 부커(27‧196cm), 케빈 듀란트(34‧208cm)의 '쌍포'에 브래들리 빌(30‧193cm)이 함께한다. 팀과 융화가 잘되지 않던 디안드레 에이튼(25‧213cm)을 떠나보내고 유서프 너키치(29‧211cm)로 빈자리를 채운다. 당장의 공격력은 에이튼이 더 나을지몰라도 팀플레이나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너키치가 더 낫다는 의견도 많다.


보스턴은 즈루 할러데이(33‧191cm)라는 자물쇠를 새로이 얻었다. 공수겸장 양날개 제이슨 테이텀(25‧203cm)과 제일런 브라운(27‧196.2cm)에 현 NBA에서 최고의 가드 포지션 수비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선수가 합을 맞추게 된지라 팬들 사이에서는 '방패로 상대를 두들겨 팰 수 있는 라인업이 탄생했다'며 더욱 단단해진 보스턴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밀워키, 피닉스, 보스턴은 당초부터 우승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굵직한 선수들이 플러스된지라 하나같이 적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전성기 기량만 놓고 보면 폴이 릴라드, 빌, 할러데이보다 못할 것은 없다. 외려 더 위에 있다고 보는게 맞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는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가드의 가치를 낮은 눈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단 한경기에 불과하지만 이날 보여준 폴의 경기력은 ‘당신들의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다. 폴은 13분만을 뛰었을 뿐이지만 6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세트오펜스에 익숙한 선수인지라 골든스테이트 특유의 빠른 농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라는 물음표도 따라 붙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워낙 BQ가 좋은 선수답게 본래 팀에 있었던 선수마냥 자연스럽게 시스템에 녹아들어 여유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팀에 왔어도 특유의 패싱센스는 여전했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앤드류 위긴스(28‧201cm)와 커리의 외곽찬스를 봐줬으며 센터 겸 파워포워드 케본 루니(27‧203cm)와의 호흡도 좋았다.


돌파를 통해 수비진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몰아넣고 골밑에서 기다리고있던 루니에게 패스를 찔러주는가 하면 스크린을 받아서 직접 본인이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루니는 림프로텍팅에 강점이 있는 블루워커형 빅맨으로 다른 능력치에 비해 공격의 디테일함이 떨어지는 부분을 약점으로 지적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패스의 달인 폴이 받아먹는 공격기회를 많이 제공해주게 되면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골든스테이트가 폴에게 원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것이다. 개인 기량 면에서는 한창때보다 떨어진 것이 사실이겠지만 팀내 젊은 선수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서는 에이스 커리보다 나을 수도 있다.


거기에 커리의 리딩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또 다른 색깔의 농구가 가능하게 된 점도 보이지 않는 시너지효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게 바로 탑클래스 정통 포인트가드의 힘이다. 커리, 그린 등 영리한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나간다면 폴 역시 더더욱 신바람이 날것이고 현재의 팀을 놀이터 삼아 리그 판도를 흔들어 놓지 말란 법도 없다. 골든스테이트의 베테랑 폴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될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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