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사빈 "'화란' 캐스팅에 눈물…불투명했던 미래, 안개 걷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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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은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아마 제 또래 남자 배우라면 다 하고 싶어할 만한, 홀로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라서 저 역시도 당연히 매료됐죠. 최종 캐스팅 소식을 듣고 차에서 울었어요. 기쁘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 같아요."
오는 11일 개봉을 앞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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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화란'은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아마 제 또래 남자 배우라면 다 하고 싶어할 만한, 홀로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라서 저 역시도 당연히 매료됐죠. 최종 캐스팅 소식을 듣고 차에서 울었어요. 기쁘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 같아요."
오는 11일 개봉을 앞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앞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공식 초청받았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로 관객들과 만났다. 신예 홍사빈은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연규로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며 활약했다.
"칸은 정말 벼락 맞은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는 것도 드문 일이고 '이런 곳에 내가 와도 되나?' 싶더라고요. 다양한 행사가 많았는데 잘 기억이 안 나요.(웃음) 너무 귀중한 경험인데 너무 떨려서 말을 더듬은 기억만 나요.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얻고 온 것 같아요."
홍사빈이 연기한 연규는 가난 속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소년이다. 견디기 힘든 가정 폭력 속에서 하루빨리 돈을 모아 엄마와 네덜란드로 떠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암담한 현실은 쉽게 벗어나기 힘들고, 그런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조직의 보스 치건을 찾아간다.
"연규는 본인의 얘기를 말보다 표정이나 행동으로 하는 사람이에요. 캐릭터의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웠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절대 소리를 크게 지르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감정을 분출하지 못하는 모습이 더 많은 연민을 느끼게 할 것 같았거든요. 끝까지 분노를 표현하거나 직선적으로 표출하지 말고 계속 눌러담고, 나중에 연규가 해방됐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연규를 궁금해 하길 바랐어요. 표현을 많이 안 한 이유이기도 해요. 그래서 최대한 모호하게 하려고 했죠."
홍사빈은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거듭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연규의 모습을 절박한 액션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그렸다. 겁에 질린 눈빛부터 생존을 위한 독기까지, 그가 표현한 한없이 어둡고 깊은 감정은 '화란'의 분위기가 됐다.
"오토바이로 가드레일을 넘어서 박히는 장면 빼고는 거의 다 제가 했어요. 벽에 한 번 부딪히면 마음이 또 달라지니까 웬만하면 다 제가 하고 싶었어요. 오토바이 타는 장면이 많은데 사실 잘 못 타요. 2종 소형 면허를 따긴 했지만요. 이상하게 한 번에 못 따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있어서 100점으로 땄어요.(웃음)"
특히 치건 역을 맡은 송중기와의 호흡은 홍사빈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는 "선배님은 늘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되고 나랑 대화하듯이 연기하면 된다, 그러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편안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게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오래 알던 사람처럼 편하게 해주셨어요. 영화 안에서 치건이로 만났을 땐 굉장히 놀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범주 밖에서 치건을 정말 서늘하게 표현하시더라고요. 상상했던 대로 안 되는 일이 배우로서 더 귀중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순간을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작업 초반엔 '내가 조금이라도 빛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굳이 제가 빛나야 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선배님께서 빛내주시면 제가 남은 빛을 좀 받으면 된다는 걸 다 끝나고 알았어요."
2018년 '휴가'로 데뷔한 홍사빈은 '폭염', '만인의 연인' 등을 통해 주목받은 신예다. 올해는 첫 장편 주연작인 '화란'으로 칸 레드카펫까지 밟으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작품이 받은 스포트라이트만큼, 홍사빈에게도 '화란'은 연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어준 빛이 됐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건 좋아했지만 끼는 없었어요. 한 번도 남들 앞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얘기를 못 했을 만큼 부끄러움이 많았거든요. 혼자만 간직한 꿈이었는데 운 좋게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이후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연기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못 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어요. 오디션 사이트에 1000개 이상 메일을 보내기도 했고, 그렇게 독립 장·단편 합쳐서 100편 넘게 찍은 것 같아요. 대사 한 줄이 소중했던 저한테 배우라는 일은 불투명한 미래 같았는데, '화란'이 조금이나마 안개를 걷어줬어요. 더 힘내서 연기할 위로와 용기를 얻었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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