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 헌신한 ‘덕분에’ 망하게 생겼다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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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한국수어사전' 홈페이지가 있다.
온라인 수어 검색 사전이다.
온라인 수어 사전에 나오는 한 동작을 더 따라 해보자.
코로나19 팬데믹 때 헌신했던 공공병원이, 그 덕분에 망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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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한국수어사전’ 홈페이지가 있다. 온라인 수어 검색 사전이다. 단어를 입력하면, 수형 영상·사진·설명이 나온다. 영상 보고 금세 따라 할 수 있다. 다음 수어의 수형 설명을 읽고 따라 해보자. ‘5지를 펴서 오른 주먹을 왼 손바닥에 올려놓고 두 손을 동시에 위로 올린다.’ 수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할 수 있다. ‘존경’이라는 단어를 입력했더니 나온 설명이다. 맞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유행했던 ‘덕분에 챌린지’다.
누구나 코로나19에 대한 기억이 있을 테다. 점심시간에 만난 지인이 감염돼 동석자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했거나, 식당에서 두 사람만 같이 밥을 먹어야 했거나, 혹은 나처럼 가족 릴레이 감염으로 3주 동안 집에서 나오지 못했거나. 그런 일이 일상이던 팬데믹 시기, 코로나19 입원환자의 대다수는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을 거쳐갔다(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5%가량이다).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입고 바이러스와 싸웠다. 이들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하는 뜻으로 등장한 게, ‘덕분에 챌린지’다.
‘코로나19 전문’ 김연희 기자가 ‘위기의 공공병원’을 취재했다. 커버스토리 기사에 따르면,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대부분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80.5%였던 지방의료원의 평균 병상가동률이 올해 6월 기준 46.4%에 그쳤다(김원이 의원실 자료). 코로나19 진료를 전담하는 동안, 그전에 다니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떠나갔다. 병상가동률이 떨어지니 경영실적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공공병원에 지급되던 코로나19 회복기 손실보상금 지급은 올해 모두 종료되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지방의료원을 지원하는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은 6.3% 줄어든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이 병원 원장실에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단체표창’ 리본이 걸려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앙정부 표창을 11개나 받았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고, 포천병원의 9월 기준 병상가동률은 40% 내외. 한 달 평균 적자가 10억원가량이란다.
온라인 수어 사전에 나오는 한 동작을 더 따라 해보자. ‘손바닥이 위로, 손끝이 밖으로 향하게 편 두 손을 가슴 앞에서 약간 위로 올리며 밖으로 내민 다음, 오른 손바닥으로 가슴과 배에 크게 원을 그린다.’ 무슨 뜻일까. ‘헌신’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헌신했던 공공병원이, 그 덕분에 망하게 생겼다. ‘이건, 미안한 일이다.’ 김연희 기자의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이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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