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오페라 풍년 속…우리말 창작 ‘취화선’ 나 홀로 출사표
서울문화재단, ‘세비야의 이발사’
경기·대구서도 해외작 쏟아져
올가을은 ‘오페라 풍년’이다. 국공립 극장, 지역문예회관들이 앞다퉈 오페라 제작에 나섰다. 이탈리아, 독일 오페라 일색인 와중에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창작 오페라 ‘취화선’의 고군분투가 눈에 띈다.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돌을 기념해 선보이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10월26일~29일)는 2016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이다. 당시 썼던 무대와 의상 등을 그대로 옮겨온다. 스페인 연출가 알렉스 오예,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소프라노 여지원, 베이스 박종민 등 국내 성악가 일부가 참여한다. 예술의 전당이 직접 오페라 공연에 나서는 건 2016년 모차르트 ‘마술피리’ 이후 7년 만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베르디 오페라에 집중한다. ‘맥베스’, ‘일트로바토레’, ‘라트라비아타’에 이어 ‘나부코’(11월30일~12월03일)를 준비 중이다. 네 작품 모두 외국 연출가인데, 가수는 대부분 국내 성악가다.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도 오페라 제작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이어 올해는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10월21일~22일)를 한강 노들섬 야외무대에 올린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10월26일∼29일)를 제작한다. 연극 연출가 손진책의 첫 오페라 연출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돌을 맞은 오페라축제(10월6일~11월10일)에서 ‘살로메’, ‘엘렉트라’ 등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작품을 올린다.
지방 문예회관들도 가세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작품들이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는 전남 장흥문화예술회관(10월6일)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10월13일~14일), 전남 순천문화예술회관(10월20일~21일)과 ‘라보엠’을 공동으로 제작한다. 빔프로젝터로 무대 뒷면과 객석 좌우 벽면 등 3면에 영상을 송출한다. 경기 성남아트센터는 ‘나비부인’(10월12일∼15일)이다. 패션 디자이너로 출발해 연극, 무용에서도 두각을 보인 정구호가 원작 무대인 19세기 일본을 서기 2576년 우주로 바꾸는 파격적 연출을 선보인다. 서울 강동아트센터는 ‘토스카’(10월13일~14일)를 선택했다.
창작 오페라는 민간 오페라단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취화선’(10월20일~21일)이 유일하다. 지난해 11월 마포아트센터 쇼케이스 공연을 거쳐 이번이 초연이다. ‘장승업, 그 미친 영혼의 노래’란 부제를 단 이 작품은 조선 말기 화가 오원 장승업의 삶과 예술을 노래한다.
작곡가 이근형, 지휘자 권성준에 연출은 장수동이 맡았다. 민간 오페라단 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인 장수동 연출은 “공공극장, 공공오페라단이 서양 오페라만 올리는 편중이 흥행은 몰라도 한국 창작 오페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제작극장으로 가겠다던 예술의전당이 외국 프로덕션을 가져와 임대공연을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는 외국 연출가들은 실력과 역량을 검증받은 전문가들이다. ‘노르마’ 연출 알렉스 오예는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했던 명장이다. 국립오페라단 ‘일트로바토레’를 연출한 잔카를로 델모나코도 미국 메트 오페라 극장을 호령하던 거장이다. 이들이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흥행에도 기여한다는 점엔 이견이 별로 없다. 다만, 공공 극장과 예술단체들이 국내 오페라 제작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너무 무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엔 경청할만한 대목이 있다.
월간 ‘리뷰’ 김종섭 대표는 “예술의전당이 지난 2년 동안 우리말 창작 오페라 제작을 지원했는데 올해 들어 창작 오페라 중심인 소극장축제 지원 예산을 없앴다”고 비판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소극장축제는 코로나 시기에 한시적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은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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