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굴착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역대급 전력기기 수주로 HD현대의 ‘효자’로 거듭나다 [그 회사 어때?]
하지만 미국·사우디 등에서 수주 성과 올리며 위상 변화
“해상풍력 진출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 추진”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배 만드는 회사 아냐?”
HD현대란 단어를 들을 때 많은 사람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룹 핵심인 조선 사업은 중국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에 벌써 연간 수주 목표액을 달성했죠. 조선 못지 않게 HD현대가 만드는 굴착기도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선, 굴착기가 활약하는 가운데 최근 대중들에게 생소했던 HD현대일렉트릭이 HD현대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일렉트릭(Electric)’이란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전력기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가정, 회사 등에 송전되는 과정에서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하는 ‘변압기’가 대표 제품이죠. 이외에도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회전에너지로 바꾸는 ‘전동기’ ▷전력 계통에 과전류가 흐를 때 전류 흐름을 차단하는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도 HD현대일렉트릭이 생산합니다.
HD현대일렉트릭 설립 과정은 우연 그 자체입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0년대 후반 일본 조선 기술을 배우고자 미쓰비시 중공업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은 우연히 전력기기 매출이 높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에 정주영 명예회장은 귀국 후 전기 기술자들을 모아 1978년 HD현대일렉트릭 전신인 현대중전기를 설립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설립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큰 위기를 맞습니다. 1980년대 정부가 중화학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현대중전기에 10년 동안 국내에서 전력기기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현대중전기가 내놓은 해결책은 ‘해외 시장 진출’입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1986년 5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습니다. 1994년에는 145㎸(킬로볼트) GIS 자제 제작품을 최초로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오랫동안 그룹 내에서 조연에 머물렀습니다. 핵심 사업인 조선, 건설기계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전력 기기 수요가 증가하자 HD현대일렉트릭이 주목할 만한 수주 성과를 연이어 달성하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6월 미국 에너지 전문회사인 엑셀에너지와 2136억원 규모의 전력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는 창사 이래 단일 품목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입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 송·변전 건설 전문기업과 678억원 규모의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수주 물량은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내 변전소 구축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연이은 계약에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올해 상반기 기준 37억2300만달러(약 5조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8% 증가했죠.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주문이 늘자 울산, 미국 공장은 생산능력을 강화하고자 레이아웃(배치도)을 변경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인프라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미국에서는 노후화된 전력기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됐습니다. 교체해야 할 변압기가 많을수록 HD현대일렉트릭엔 기회로 작용하죠.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미국 현지 고객들이 이미 2028년도 납기 물량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변압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HD현대일렉트릭을 이끌고 있는 조석 사장이 탈탄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포트폴리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 일환으로 지난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 해상풍력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계약 이후 HD현대일렉트릭은 GE의 풍력터빈 국내 생산을 맡게 됐습니다. 2026년까지 약 1000억원을 GE와 공동 투자해 전북 군산에 풍력터빈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에너지 수요·공급 관리에 필요한 토탈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 국내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력기기를 만들던 회사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고객사에 제공하게 됐죠.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국내 총 9개 산단 내 입주한 기업 600여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해 에너지 절감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유럽에선 해상풍력과 같이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을 계속 두드릴 것”이고 “대규모 도시 개발 투자가 진행 중인 중동 지역에서도 수주를 이어 나가도록 고객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지속해서 달성해 HD현대의 확실한 ‘주연’이 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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