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녹색전환·탄소중립, 반드시 가야할 길인데…혁신적 리더십 부재”

박상욱 기자 2023. 10.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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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4)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우리나라가 범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에 본격 나서려 했던 것은 무려 15년 전부터였습니다. 선진국들의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우리도 감축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한 정부는 1998년 4월,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했죠. 재정경제부, 환경부 등 10개 부처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았습니다. 이 기구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계획을 수립하고, 청정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었습니다. 지금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상당히 비슷한 구성과 취지의 조직이 15년 전에 이미 만들어졌던 겁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정부는 다시금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바로, 녹색성장 정책입니다. 그리고 2009년 2월, 〈녹색성장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위원회는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배출 예상량) 대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죠.

녹색성장 선언 12년 후인 2020년, 정부는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5월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고요. 탄중위는 녹색성장위원회의 목표를 넘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다음 정부 들어서고, 이 조직의 이름은 지금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바뀌었고, 그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입니다.

2019년 12월 11일(현지시간), 조명래 당시 환경부 장관이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우리나라 수석대표로 기조연서을 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이 내용만 종합하면, 우리나라 기후변화 정책은 진보와 진화를 거듭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으로부터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이유로 대응에 나섰던 나라는 어느새 세계 최초로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내놨고, 국제사회의 흐름과 때맞춰 '탄소중립'까지 선언했으니까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요. 이런 이정표 속에서도 어째서 우리나라의 각종 지표들은 국제사회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나름 길다면 긴 세월, 여러 정권을 거쳐오며 기후 정책은 이어져왔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지금까지 4년간 매주 월요일마다 이어온 연재기사의 방법론으론 그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숫자, 통계, 과학으로는 풀어낼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11명의 전문가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군분투한 이들과의 연속 인터뷰, 첫 번째 인터뷰이는 탄소중립이 국가적 어젠다에서 글로벌 어젠다로 거듭나던 시기, 정부 대표인 환경부 장관으로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나섰던 조명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입니다.

Q) 18대 환경부 장관으로서 글로벌 탄소중립, 녹색전환의 현장을 직접 누비며 눈으로, 몸으로도 경험했습니다. 당시 선진국들의 움직임이나 정책 여건과 우리나라의 정책 여건은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요?

2018년 11월, 환경부 장관 취임 당시 기후변화는 이미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던 상태였습니다. 앞서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선진국뿐 아니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모두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했으니까요.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더불어 205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 계획도 마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10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있기 직전까지도, 내각 전반에서, 심지어 주무부처인 환경부 내에서도 “탄소중립이 가능하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찬성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탈탄소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는 비용 등 각종 부담이 따르고, 결국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수용이 필수적인데, 사회적 분위기도 마찬가지였죠.

선진국들은 탄소중립과 녹색전환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은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스스로 찾고, 또한 사회적 합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를 '의제'로 설정해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EU의 〈Fit for 55〉와 〈탄소중립산업법〉, 〈RE Power EU 정책〉, 〈공급망실사법〉, 〈무상배출권 폐지〉, 〈Smart and Climate Neutral Cities 100〉, 〈기후공시〉, 〈자연공시〉나 미국의 IRA 등으로 이어졌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의 기반 다지기에 계속해서 박차를 가한 겁니다. 반면 우리는 이를 '마지 못 해' 추진하는 정책으로 봤죠.

'2050 탄소중립' 정책의 강도나 추진력은 그때보다 더 약화되었고,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식,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에너지 정책 등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뿐 아니라 정권의 핵심 담당자들의 관련 발언이나 참석하는 행사, 주관하는 회의 등을 보더라도, 탄소중립이나 녹색전환과 관련된 게 별로 없으니까요.



2019년 11월 24일, 조명래 당시 환경부 장관이 제12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Q)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시간인 2030년은 속절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장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가장 부족하고, 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제5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2050 탄소중립'은 고탄소 기반 사회경제시스템의 중장기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 등 이를 위한 국가적 혁신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특히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국가혁신의 한 방편으로 여겨 정권의 이념이나 지향에 관계없이 범국민적으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혁신과제'로 추진하는 모습과 의지를 국민께 보여줘야 합니다.

또,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에 대한 불필요한 이념투쟁에 매몰되어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을 위한 기술적·사회적 인프라 건설투자에도 소홀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는 결국, 언젠가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하게 되는 자연·기후 에너지임에도 말이죠.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의 4~5%(연간 약 80조원)을 탄소중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중장기적 '그린뉴딜형 재정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2020년 5월 15일, 조명래 당시 환경부 장관이 탄소중립포럼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Q)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여러 면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부족한 성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으로의 여정에 있어 우리가 지닌 강점, 다른 나라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저 '안 될 일'이라고 낙담하기보다, 작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과거 군사독재 등 후진적 정치문화 속에서도 국가 공동체의 미래와 이익을 위해 모두가 자기희생을 감수해 왔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저항하면서도, 그가 추진한 경제개발에 대해선 모두가 지지하고, 함께 했던 것처럼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21세기 버전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뉴딜 5개년 계획〉을 국가 차원에서 정권 변화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국민은 흔쾌히 지지하고 참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또, 각종 스마트 기술이나 배터리 기술, 태양전지 기술 등 탄소중립을 위한 몇몇 기술 인프라에 있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 보유를 넘어, 이 기술의 산업화 여건 또한 양호하죠. 이를 탄소중립과 연결해, 정부가 선도적이면서도 과감한 기술·재정 정책을 추진한다면, '미래 먹거리'로써 새로운 탈탄소 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한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 또한 대거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Q) 오랜 시간 현장을 지킨 최고의 전문가로써, 일반 시민 독자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관계자, 입법을 하는 국회 관계자, 각종 활동의 주체인 산업계 관계자 등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녹색전환과 탄소중립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 우리에게 힘들다면, 다른 나라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가는 게 지혜롭습니다. 왜냐하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을 실현해가는 가운데,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바, 이는 그 자체로, 우리사회가 경쟁력 있는 선진사회로 옮겨가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EU 등 선진국이 현재 녹색전환과 탄소중립을 대하고, 다루는 태도이자 방법이기도 합니다.

탄소중립에서 낙오하면, 우리 산업경제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탄소중립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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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릴레이 인터뷰는 조명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성창모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특임교수(녹색기술센터 초대 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리서치센터장,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 등 11명의 전문가와 함께합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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