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수 따르는 ETF 수두룩한데…어떻게 고를까
보수 같다면 순자산·거래량 많은 ETF 유리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가 가능한 특정 지수의 흐름을 따르는 펀드다. 이름처럼 지수 움직임에 따라 상품의 성과가 결정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가 다르더라도 지수가 같다면 동일한 펀드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거나 투자 수요가 많은 지수는 당연하게도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관련 ETF를 출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ETF가 다수 상장해 있을 때는 보수와 순자산, 거래량을 중점적으로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같은 ETF 비교할 때 확인할 지표는?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표 시장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는 'ACE 200', 'ARIRANG 200', 'HANARO 200', 'KBSTAR 200', 'KODEX 200', 'KOSEF 200', 'TIGER 200', 'TREX 200', 'WOORI 200', '파워 200' 등 10종목이 상장해 있다.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ETF로는 'ACE 미국S&P500', 'ARIRANG 미국S&P500', 'HANARO 미국S&P500', 'KBSTAR 미국S&P500', 'KOSEF 미국S&P500', 'SOL 미국S&P500', 'TIGER 미국S&P500', 'WOORI 미국S&P500' 등 8종목이 있다.
이처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여러 종목 있을 때 상품별로 비교하는 대표적 지표는 총보수·비용(TER), 괴리율, 추적오차율 등이 있다.
TER은 ETF를 운용사가 수취하는 보수와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타비용이 포함된 총보수·비용이다. ETF는 일반적인 펀드와 다르게 선취수수료와 판매수수료가 없어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TER이 순자산가격에 자동으로 반영된다.
괴리율은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ETF 특성상 나타나는 실제 가격과의 차이를 나타낸 비율이다. 괴리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실제 ETF가 가진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의 가격이 1000원이라고 가정하자. 코스피 200이 3% 상승한다면 1030원에 거래돼야 한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실제로는 1050원에 거래됐다. 순자산가격보다 1.94% 높은 가격에 거래됐으므로 괴리율은 1.94%인 식이다. 반대로 더 낮은 가격에서 거래될 때 매수하면 실제 순자산가치보다 더 저렴하게 사들일 수도 있다.
추적오차율은 기초지수와 ETF의 순자산가치의 차이를 나타낸 비율로, ETF가 얼마나 기초지수를 잘 추종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코스피 200이 3% 상승할 때 ETF 가격도 3% 상승해야 하는데 2.8% 상승하는 데 그칠 수도, 3.2% 상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추적오차율 값이 작아야 ETF가 기초지수를 잘 추종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보수…다음으로 순자산·거래량 확인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다양하게 있을 땐 총보수를 먼저 확인하라고 권한다. 괴리율, 추적오차율은 변동하는 반면 보수는 고정된 비용이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유동성공급자(LP)가 실시간으로 순자산가치에 근접하도록 가격을 조절하면서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선택할 때는 보수가 저렴한 상품이 장기투자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ETF인 KODEX 200의 총보수는 0.15%, TIGER 200의 총보수는 0.05%로 TIGER 200이 0.1%포인트 더 저렴하다. 지난 5일 기준 5년 누적 수익률을 비교하면 KODEX 200 21.85%, TIGER 200 22.71%로 TIGER 200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보수가 ETF 투자 성과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운용사들도 동일한 상품을 여러 개 상장했을 땐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보수를 저렴하게 정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서 주목하는 상품의 경우 보수가 같은 상품이 많다.
실제 ACE 미국S&P500의 총보수는 0.07%, ARIRANG 미국S&P500의 총보수는 0.07%, TIGER 미국S&P500의 총보수는 0.07%로 같고, HANARO 미국S&P500의 총보수는 0.045%로 더 저렴하다.
다만 변수가 존재한다. 일정하게 수취하는 보수 외에 기타비용은 매달 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종적으로 ETF 순자산을 계산할 때는 자산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매매·중개수수료까지 포함한다. 이 같은 실부담비용은 코스콤 ETF 체크를 통해 전월말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부담비용까지 확인하면 ACE 0.1575%, ARIRANG 0.7870%, TIGER 0.1714%, HANARO 0.7487%로 오히려 HANARO ETF가 더 높은 비용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5일 기준 1개월 성과도 ACE -4.07%, ARIRANG -4.17%, TIGER -4.13%, HANARO -4.16%로 실부담비용과 비례한 성과를 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실부담비용은 매달 변하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 시점에서 비교한 비용과 미래 시점에서의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수만 비교하기보다는 운용자산과 거래량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운용자산이 많을수록 비용이 덜 발생하고 거래량이 많으면 괴리율도 낮춰진다는 점에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보수를 보는 것도 좋지만 괴리율이 높지 않으면서 순자산이 많은 것까지 3가지를 동시에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ETF에도 규모의 경제가 존재해 순자산이 많을수록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돼 유동성이 높은 ETF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TER 차이로 갈린 성과가 0.1%인데, 괴리율이 이보다 높을 때 산다면 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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