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5호골’ 황희찬, 최고 평점…코피 흘리고, 황당 판정도 이겨냈다
[포포투=김환]
황희찬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울버햄튼은 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8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와 1-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획득한 울버햄튼은 14위가 됐다.
울버햄튼의 포메이션은 3-4-3이었다. 황희찬, 쿠냐, 네투, 아이트 누리, 르미나, 고메스, 세메두, 토티 고메스, 킬먼, 도슨, 사가 선발로 출전했다.
빌라는 3-5-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왓킨스, 디아비, 디뉴, 맥긴, 루이스, 카마라, 캐시, 토레스, 콘사,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내용]
경기 초반부터 빌라가 주도권을 잡았고, 포문을 열었다. 전반 7분 빠른 역습 이후 캐시의 발리 슈팅이 나왔지만 사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이후 흐른 공을 잡은 맥긴이 먼 거리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해봤으나 맥긴의 슈팅은 크게 벗어났다. 울버햄튼도 반격에 나서려고 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빌라가 계속해서 울버햄튼을 위협했다. 전반 17분 맥긴이 박스 앞에서 공을 잡은 뒤 강하게 슈팅했지만 위로 떴다. 울버햄튼도 반격했다. 전반 33분 측면에서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문전으로 깔리는 크로스를 보냈고, 이를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아이트 누리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울버햄튼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전반 34분 아이트 누리가 공을 받고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캐시와 충돌했다. 안면이 어깨에 맞은 탓에 한동안 쓰러져 있던 아이트 누리는 다행히 일어나 다시 경기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경기 흐름은 비슷했다. 전반 44분 코너킥 이후 루이스의 슈팅이 나왔지만 르미나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0-0으로 끝났다.
울버햄튼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카드를 썼다. 전반전 상대와 충돌했던 아이트 누리가 빠지고 도허티가 들어왔다. 후반전 포문도 빌라가 열었다. 후반 2분 맥긴의 패스를 왓킨스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사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가 다시 한번 중단됐다. 후반 3분 황희찬이 루이스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루이스의 팔에 얼굴을 맞아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코를 맞았던 탓에 약간의 출혈이 있었지만, 다행히 황희찬은 이내 일어났다. 다만 주심은 명백히 황희찬이 루이스의 팔에 맞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루이스의 파울이 아닌 황희찬의 파울을 선언했다.
황희찬은 이 부분에 대해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판정을 번복하지 않고 빌라의 프리킥으로 경기를 재개시켰다. 항의하던 황희찬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안면을 가격당한 황희찬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아쉬울 만한 상황이었다.
황희찬은 득점으로 아쉬움을 씻었다. 후반 8분 역습 상황 측면에서 공을 잡은 네투가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수비를 제치고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황희찬이 깔끔한 슈팅으로 연결해 빌라의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의 리그 5호골.
이 득점으로 황희찬은 엘링 홀란드, 손흥민에 이어 리그 득점 공동 3위로 올라섰다. 황희찬과 함께 5골을 기록한 선수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제로드 보웬이다. 또한 황희찬은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에 이어 리그 두 경기 연속골을, 그리고 입스위치 타운과의 컵 대회를 포함해 세 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계속해서 골맛을 보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황희찬이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득점 이후 곧바로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10분 왓킨스가 반대편을 향해 올린 크로스를 달려 들어오던 토레스가 미끄러지며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빌라는 디아비를 자니올로와 교체해 흐름을 이어가려고 했다. 순식간에 실점을 내준 울버햄튼은 다시 리드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후반 27분 세메두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울버햄튼이 교체카드를 통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후반 31분 쿠냐가 빠지고 칼라이지치가 들어왔다. 빌라는 캐시와 카마라를 베일리, 틸레만스로 교체해 맞섰다.
황희찬도 경기를 마무리했다. 잠시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은 황희찬은 후반 41분 실바와 교체되어 나갔다. 다행히 황희찬은 일어서서 직접 걸어 나갔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추측됐다.
추가시간은 무려 12분이 주어졌다. 빌라는 계속해서 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왓킨스의 슈팅은 사의 선방에 막혔다. 울버햄튼에 변수가 생겼다. 후반 추가시간 4분 르미나가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갑작스럽게 수적 열세에 처한 울버햄튼은 라인을 내린 채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빌라가 공격에 힘을 실었다.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울버햄튼을 압박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루이스의 슈팅은 막혔고, 후반 추가시간 9분 자니올로의 슈팅은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추가시간 12분 콘사의 슈팅은 사가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13분 왓킨스의 헤더는 골대를 강타했다. 빌라는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황희찬 평점]
경기 후 축구 통계 매체 '폿몹'은 황희찬에게 평점 8점을 부여했다. 양 팀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매체에 의하면 황희찬은 빌라전에서 패스 성공률 70%, 슈팅 정확도 100%(1회 시도), 터치 35회, 크로스 성공 1회(100%), 롱 패스 성공 1회(2회 시도), 태클 성공 2회(100%), 차단 1회, 리커버리 7회, 지상 경합 성공 3회(4회 시도)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또 다른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황희찬에게 평점 7.7점을 줬다. 마찬가지로 울버햄튼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세부 스탯은 ‘폿몹’과 동일했다. ‘소파 스코어’ 기준 황희찬은 이번 시즌 받은 평점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또한 ‘옵타’에 따르면 황희찬은 울버햄튼 선수들 중 유일하게 홈에서 열린 5경기에서 연속으로 득점에 관여한 선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멘트]
황희찬은 경기 후 ‘프리미어리그 프로덕션’을 통해 “안타깝게도 우리는 홈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후반전에 우리에게 몇 차례 좋은 기회들이 있었다. 두 팀 선수들 모두 잘 뛰었다. 우리는 승리를 원했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승점을 얻었다.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 A매치 기간 동안 푹 쉬면 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자신의 골에 도움을 준 네투를 두고 “네투는 정말 대단하다. 우리는 네투만이 아니라 쿠냐 및 모든 선수들과 서로를 잘 이해한다. 우리 팀 분위기는 정말 좋다. 우린 계속해서 경기를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되어가는 중이다”라며 네투를 칭찬했고, 팀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희찬은 “지금까지 5골을 넣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팀의 승리다. 지난 주에는 큰 승리를 거뒀다. 우리는 배가 고프고, 더 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주 잘했다.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승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팀을 위하는 말을 남겼다.
[황희찬의 이번 시즌]
황희찬은 현재까지 리그에서만 5골을 터트렸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제로드 보웬(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함께 득점 공동 4위다. 황희찬의 위에는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8골), 손흥민(토트넘 훗스퍼, 6골), 그리고 알렉산더 이삭(뉴캐슬 유나이티드, 6골)이 있다. 언급된 선수들 중에서 득점왕 출신만 세 명이라는 것을 보면 황희찬의 시즌 초반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지 가늠할 수 있다.
울버햄튼도 황희찬이 지금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황희찬을 배려하는 모양새다. 빌라전의 경우 황희찬은 후반전 막바지까지 그라운드 위에 있었지만, 울버햄튼은 평소에 황희찬의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반전 초반 혹은 중반 즈음에 황희찬을 불러들인다. 아껴 쓰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황희찬이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이번 시즌이 ‘커리어 하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부상 관리가 필요하다. 황희찬은 그동안 햄스트링 부상으로 여러 차례 고생했다. 이번 시즌 초반에도 부상을 당해 출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출전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출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좋은 시즌을 보내기 위해 부상 관리는 필수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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