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11번가 경영권 인수 실사 시작… ‘드래그 얼롱’ 구원투수 될까

양범수 기자 2023. 10. 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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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경영권 인수 의향 타진에 따라 협의 거쳐 실사
11번가 가치, 1조 안팎 평가한 큐텐… SK 분사 당시는 2.7조
업계 “기업 가치·거래 방식 이견 좁혔을 것”
매각 불발 돼도 드래그 얼롱 행사 미지수… DICC도 대법원서 FI 패소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이 11번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11번가가 2018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에 기업공개를 약속한 시한이 지난 상황이라, FI가 대주주 지분까지 모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 청구권(드래그 얼롱)’ 행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큐텐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큐텐과 11번가 CI. /각 사 제공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최근 11번가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다. 앞서 큐텐이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측에 인수 의향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양 측의 조율 끝에 큐텐이 실사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이뤄지게 됐다. 법률·재무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큐텐이 매입할 11번가 지분 규모와 시점 등이 정해질 전망이다.

앞서 큐텐은 11번가와 큐텐 양사 지분을 교환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으로 11번가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SK스퀘어 측에 밝혔다. 큐텐은 당시 11번가 기업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SK스퀘어와 거래 방식, 기업가치 등에 대해 견해 차가 있어 수개월 간 협의를 지속해왔다. SK스퀘어는 현금을 기반으로 한 거래를 요구했으며, 기업가치 역시 큐텐의 평가보다 높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인수를 위한 실사에 들어선 데 대해 양 측이 거래 방식이나 기업 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인수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 입장에서는 11번가 매각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괜찮은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지분 스와프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겠지만, 매매 방식에 일부 적용하든지 기업 가치를 낮추든지 했을 수 있다. 조건이 나쁘지 않다면 먼저 인수 의사를 타진한 큐텐 입장에서도 속도를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큐텐 역시 거래 대금을 모으기 위한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추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실사 결과에 따라 큐텐이 11번가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 SK스퀘어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번가가 FI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최소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면서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당시 측정된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 이상이었다.

반면, 시장에서는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2021년 G마켓이 이마트에 인수될 당시 PSR(주가대비매출비율) 3.3배가 적용돼 기업 가치는 4조30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국내외 경기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보다 1배 이상 낮은 PSR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789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은 1515억원, 당기순손실은 1038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주주현황은 SK스퀘어가 최대주주로 80.26%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의 지분율이 18.18%로 2대 주주다. 자기주식 비중은 1.55%, 기타 주주의 지분율은 0.01%로 나타났다.

SK스퀘어는 매각딜이 성사되면 드래그 얼롱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FI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지난 달 말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하면서 실패시 FI에 드래그 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을 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11번가가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기에 FI가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실사 결과 큐텐이 11번가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다고 해도 드래그 얼롱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경우 투자를 2011년 유치하면서 3년 내로 약속했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FI가 두산그룹을 상대로 DICC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전까지 이어졌는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면서 최종적으로 두산 측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DICC에 투자한 FI들은 당초 지분 확보에 투입한 금액(3800억원)보다 적은 3050억원에 지분을 매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현재 11번가 상황에서 FI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는 SK스퀘어와 지분 매각과 관련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FI 입장에서도 큰 분쟁 없이 출구전략을 짜는 것이 더 수월하지 않겠냐”고 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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