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뽑은 MVP 안세영·야구·축구…'공정한 경쟁' 스스로 저버린 대한체육회(칼럼)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안세영 선수 이미 우리나라의 MVP입니다" "안세영 경기보며 울컥했습니다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고 경기였다" "누가 MVP가 되든 관심없다. 안세영이 진정한 국민 MVP다" "MVP투표는 국민들이 해야 정상이다. 대한체육회 반성해라" "내 개인적으로는 남녀 통틀어 안세영이 MVP라고 생각함" "국민의 딸이다. 대한민국의 정신이다. 국민영웅이다" "경기도 안끝났는데 MVP를 뽑는다는 것은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것 아닌가" "안세영, 한국의 자랑스러은 딸. 이미 MVP다"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민이 뽑은 MVP(최우수 선수)는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 안세영이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금메달 자체보다 더 빛났다.
특히 '천적' 천위페이(중국)와 벌인 여자 단식 결승전은 말 그대로 투혼이었다.
안세영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예상한 사람은 많았지만, 이처럼 극적인 경기 내용은 아무도 내다보지 못했다.
안세영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 천위페이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세트 18-16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릎 부상을 이겨낸,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퍼 올리려던 안세영은 강한 무릎 통증을 느꼈고 잠시 의료 처치를 받았다.
어렵사리 리드를 지킨 채 1세트를 끝냈지만 2세트는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분전 끝에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운명의 3세트에서 안세영은 무릎 통증을 잊은 듯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나갔고, 결국 천위페이도 안세영의 투혼에 놀라 스스로 무너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번번이 자신을 막아섰던 천위페이에게 시원하게 설욕하는 동시에 한국 선수로서 29년 만의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을 제패하는 순간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의 경기라고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남녀 MVP는 수영과 양궁에서 각각 3관왕에 오른 김우민(22)과 임시현(20)이었다.
기자들이 뽑는 MVP 투표는 안세영의 여자단식 결승전 이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지난 6일 항저우 현지 취재단에 "(언론사) 매체별로 MVP 후보 남자 1명, 여자 1명을 선정해서 7일 오후 6시까지 제출해 달라"고 공지했다.
마감 시한인 7일 오후 6시(현지시간)은 축구·야구 대표팀과 배드민턴 안세영의 결승전을 치르기 전이다.
기자들은 대한체육회에 "투표 마감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체육회는 "행정 업무 처리나 각종 행사 준비로 인해 제한적인 기간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사전 투표가 아쉽기는 야구와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야구와 축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며 각각 4연패와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한 야구 대표팀도 이날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대만과 결승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 야구는 2010년 광저우부터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독식했다.
우리나라는 선발 문동주(한화)가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2회 김주원(NC)의 희생플라이와 상대 폭투로 2점을 얻어냈다.
고우석(LG)이 9회 나와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2루수 병살타로 솎아내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남자 축구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우리나라는 이날 전반 2분 일본의 우치노 고타로에게 한 골을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전반 27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헤딩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1-1에서 시작한 후반에는 11분 조영욱(김천)이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북한을 따돌렸던 우리나라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일본을 결승에서 2-1로 꺾었다.
물론 수영과 양궁에서 3관왕에 오른 김우민과 임시현의 압도적인 활약은 MVP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안세영과 야구, 축구에 앞서 이루어진 MVP 투표로 이들의 수상도 빛이 바랬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금메달 자체보다 더 가치가 있다.
대한체육회의 행정적 편의 때문에 선수들의 활약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점은 오랜 만에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열광한 스포츠 축제에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진정한 스포츠정신의 출발은 공정한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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