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는데 세상이 달라보여" 늦깎이 한글공부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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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보이고 간판 읽는 재미가 생겼어.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목표도 생겼다니까."
동네를 다니면서 간판을 찾아 읽을 정도로 한글 공부에 재미도 붙였다.
선생님이 내주는 한글 단어 따라쓰기 숙제를 하루도 빼먹지 않았고, 새로운 단어를 배울 생각에 설레 1년 내내 결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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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살아온 이야기 글로 쓰는 것 목표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세상이 달라보이고 간판 읽는 재미가 생겼어.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목표도 생겼다니까."
577돌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광주 동구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성인문해 한글교실에서 만난 김공심 할머니(66).
주름이 가득한 투박한 손으로 연필을 잡고, 공책 위에 단어 한자 한자를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조금은 서툴고 삐뚤삐뚤하지만 또박또박 써내려가는가 하면 단어를 소리내 읊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60대부터 올해 팔순을 맞은 맏언니까지 있는 기초반 교실에서 나이로는 막내를 맡고 있는데, 1년 가까이 한글 교실을 다니면서 성적은 1등 우등생이 됐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1년 전까지 'ㄱ' 'ㄴ'도 모른 채 65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았다.
가정 형편상 어린 나이부터 부모님을 따라 밭일을 하러 다닌 김 할머니, 8살이 된 해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 먼 발치서 남몰래 지켜보곤 했다. 어느 날은 또래들 뒤를 따라 학교 앞까지 가보는 날도 있었다.
할머니는 사정사정해 겨우 부모님 손을 잡고 국민학교에 등록을 하러 갔지만, 당시 입학금은 4000원에 달했고 끝내 학교에 다니는 꿈을 접어야 했다.
완도 금일에서 20년을 보낸 그는 20살 나이에 광주로 시집을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 걱정과 더불어 아들 뒷바라지에 글을 배울 기회 조차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이력서를 쓰거나 병원, 은행을 갈 때도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웃에게 부탁해 대신 서류를 작성하거나 불안한 마음에 항상 친구와 동행해야 했다.
장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 흔한 식용유 하나를 살 때도 병 모양을 또렷이 기억해뒀다 슈퍼에 가 황급히 물건만 사고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 이름과 손주 이름은 물론이고 주소도 읽고 쓸 줄 안다. 동네를 다니면서 간판을 찾아 읽을 정도로 한글 공부에 재미도 붙였다.
김 할머니는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남몰래 많은 노력을 했다. 선생님이 내주는 한글 단어 따라쓰기 숙제를 하루도 빼먹지 않았고, 새로운 단어를 배울 생각에 설레 1년 내내 결석도 하지 않았다. 나홀로 복습도 했다.
김 할머니는 "우연한 기회에 아는 언니의 소개로 복지관에 왔는데 처음엔 뒤돌아서면 까먹어 어려웠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한글 배우는 재미가 생겼고 절로 웃음이 나와 자신감도 생겼다"며 "손주들한테 '할미 글 읽고 쓸 줄 안다'도 자랑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답답한 세상에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평생의 한이다. 주변 사람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며 "더 열심히 공부해서 중급반까지 올라가 나의 사연을 글로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처럼 기초반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은 10명인데, 대다수가 김 할머니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들 모두도 우등생을 꿈꾸고 있다.
한글 공부 1달차에 접어든 정강임 할머니(71)는 "열심히 배워서 혼자 힘으로 기차역 등에서 간판과 표지판을 보고 서울에 사는 딸을 보러 가는 목표를 세웠다"며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해보려고 한다"고 웃음 지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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