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생] 시골 밤하늘 동경해 산골 정착…낮엔 집필, 해지면 ‘별 헤는 인생’

서지민 기자 2023. 10. 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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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인생] (15) 인천 강화로 귀촌해 책 ‘천문학 콘서트’ 펴낸 이광식씨
천문학 책 17권 낸 국내 대표 과학 작가
10살 때 쏟아질 듯한 별 보며 ‘우주’ 매료
23년 전 서울 출판사 정리하고 귀촌해
개인 관측소서 맘껏 탐구…알수록 신비
인문학적 소양 더한 저서 스테디셀러로
요즘은 ‘양자론’에 대한 저술활동 몰두
청소년에게 쉽게 읽히는 글 쓰는 것 목표
23년 전 별을 보기 위해 인천 강화군 퇴모산 자락으로 귀촌한 이광식 작가. 매일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한다. 강화=김병진 기자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가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니까. 우리는 메이드 인 스타인 셈이다.”

20쇄 넘게 찍은 스테디셀러 ‘천문학 콘서트’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을 쓴 이광식 작가(72)는 우주를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우주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교양 천문학 서적 17권을 낸 자타 공인 국내 대표 과학 저술가다. 인천 강화군 퇴모산 자락에서 ‘별 헤는 인생’을 살고 있는 천문학계 재야 스타인 이 작가를 만났다.

전공자가 아닌데도 우주를 좋아해 천문학 서적을 즐겨 읽는다는 별지기들 사이에서 이 작가는 ‘스승님’으로 통한다. 그가 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등 기관·단체에서 매년 발표하는 추천도서 목록에 단골로 등장한다. 전국 도서관·강의실을 순회하며 “인문학에서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천문학에선 ‘내가 어디 있느냐’를 묻는다”는 명언을 외치는 유명 강사로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교양 천문학 서적 17권을 써낸 이광식 작가가 자신이 쓴 첫 책 ‘천문학 콘서트’를 펼쳐보고 있다.

“처음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0살 때예요. 동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뛰어놀다가 지쳐 풀밭에 대자로 뻗어 누우면 쏟아질 듯한 별이 보였죠. 같이 놀던 형이 ‘지금 눈에 보이는 저 별은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어. 별빛이 지구에 오는 데만 수십만년도 더 걸리거든’이라고 설명해준 게 뇌리에 박혔어요. 그때부터 우주를 사랑했고 시골 밤하늘을 동경해왔죠.”

우주를 향한 이 작가의 열정은 지금껏 단 한번도 꺾인 적이 없다. 그는 ‘가람기획’ 출판사를 운영하며 매일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국내 최초 천문 잡지 ‘월간 하늘’을 발간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던 출판사 마당에 기어코 망원경을 설치해 머릿속이 복잡할 때 습관처럼 밤하늘을 관측했다.

“첫사랑 얼굴은 잊어도 처음 본 토성은 못 잊는다는 말이 있어요. 우주의 신비로움을 자꾸 탐구해보고 싶고, 그 섭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단 생각이 멈추질 않았죠. 마음속 깊이 언젠간 꼭 빛 공해 없는 산골짜기로 들어가 마음껏 별을 관측하겠단 다짐을 했어요.”

2000년, 드디어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꿈에 그리던 귀촌을 감행했다. 출판사가 흑자를 내고 있던 덕에 생각보다 매각이 빨리 성사돼 귀촌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 가족들의 반대도 거의 없었다. 꽃·나무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아담한 정원과 132㎡(40평) 규모의 텃밭을 마련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귀촌 후 처음 바라본 밤하늘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별이 잘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연고 없는 이곳에 터를 잡은 제 자신이 너무 대견한 순간이었죠.”

이 작가가 가장 애정을 쏟은 곳은 바로 개인 관측소 ‘원두막 천문대’다. 2층 베란다로 나가 철제 계단을 한층 더 올라가면 나오는데 크진 않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저 멀리 석모도가 보이는 방향으로 탁 트인 하늘을 향해 반사 망원경이 우뚝 서 있고, 한쪽 벽면에는 시기마다 관측할 수 있는 천체 사진이 붙어 있다.

“별을 보려고 인생 2막을 시작한 만큼 원 없이 밤하늘을 감상하는 여유를 부리며 살아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보이는 게 또 달라지는 신비함에 요즘도 새삼 놀라고 있어요.”

다음으로 집주인 손길이 많이 묻어 있는 곳은 서재다. 이 작가는 해 지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저술활동 하는 데 몰두한다. 과거 출판사를 운영했던 경험 덕에 ‘잘 읽히는 책’에 대한 노하우를 가졌다는 게 그만의 장점. 딱딱한 이론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더해 누구나 한번쯤 별을 보며 떠올렸을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덕분에 그의 책은 국내 천문학 인구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부터 책을 여러권 내려는 계획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막상 첫 책이 나오고 나니까 독학할 때 찾아 헤매던 책을 내가 썼다는 뿌듯함이 들더라고요. 나같이 철학적인 우주관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술활동을 이어가게 됐어요.”

요즘은 양자론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가제는 ‘아무도 없는 숲에서 쓰러진 나무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다. 어떤 현상이 분명히 발생했더라도 목격하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되고 만다는 뜻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개념이지만 어린 학생도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쓰는 게 이 작가의 역할이다.

“우주에 관심 갖기 시작할 때 비로소 그 사람 마음속에도 우주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에게 넓은 세상을 일깨우고 우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쉽게 읽히는 책을 쓰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우주의 신비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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