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주 잠잠하더니 또 '기현상'…개미들 '대혼란' [신민경의 테마록]
초전도체주 또 폭등
"증시 불안 속 투기수요 쏠림…기준 갖고 투자해야"
"세상 모든 것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학 유튜버 '궤도')
'초전도체'라는 과학 혁명이 또 다시 주식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추측 물질인 'LK-99'의 진위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도 테마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주들뿐 아니라 애널리스트들도 "기현상"이라며 이유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시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잠잠하던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최근 급반등했다. 대표적으로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조사인 신성델타테크는 지난 나흘간(9월 27일~10월 6일) 약 45% 뛰었다. 같은 기간 이차전지 보호회로·카메라 모듈 회사 파워로직스도 25% 넘게 상승했다.
이들의 주가가 오른 것은 LK-99 개발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과 관련 있어서다. 지난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LK-99' 세계 첫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신성델타테크는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지분을 52.52% 보유 중인데 이 회사가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9.37% 갖고 있다.
2세대 고온 초전도 선재를 생산하는 서남, 초전도체 연구 이력이 있는 덕성 등도 각각 나흘 동안 13.7%, 6.4% 올랐다.
시장에선 갑작스런 급등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와 네이처 등이 LK-99의 초전도성을 비관하는 시각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관련주 열기가 차갑게 식었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초전도 전이 온도라고 하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에 이르러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일컫는다. 전기저항이 0이어서 이를 활용할 경우 전력 케이블의 전력 손실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초전도체주라는 테마가 형성된 것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이 발표된 지난 7월 말이었다. 테마주들은 곧바로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뒤이어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창하이신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팀 등이 이 논문 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내놓으며 국내 연구팀 주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 기간 덕성과 서남은 무려 150%대 폭등했다.
하지만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리면서 실망 매물이 대량 출회된 것. 또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조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관련주는 급락세를 탔다. 하지만 이후 핀테크 스타트업 보나사피엔스의 김인기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LK-99는 상온 초전도체도 맞고, 새로운 강자성체도 맞다"고 적으면서 주가를 재차 끌어올리기도 했다.
테마주 열기가 차갑게 식은 계기는 지난 8월 16일 나온 과학저널 네이처의 발표다. 네이처가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독일 연구팀 발표를 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1일 네이처가 초전도체 연구를 강화해야 한단 취지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주가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같은 달 14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가 "재현 실험에서 LK-99가 초전도 특성을 보인 사례가 없다"고 밝혀 또 다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잊을 만하면 각국 연구기관이 회의적 검증 결과를 내놓는데도 관련주들은 최근 다시 강한 랠리를 펼쳤다. 포털 등 각종 종목토론실만 봐도 어리둥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주주들은 '왜 갑자기 오르는 건가', '떨어질 때도 왜 떨어지는지 몰랐는데 오를 때도 역시나 모르겠네', '일단 기분이 좋기는 한데…왜 오르는지 도통 모르겠다' 등 의견을 남겼다.
전문가들도 어떤 이유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이라 믿고 싶은 정보만 골라서 듣고 해석하는 정보 편식은 특히 테마주 투자에선 위험한 습관이라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체 여부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인 만큼 그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뛰는 '정치 테마주'와 유사한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증시 하방압력이 강할 때는 오히려 초전도체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에 투기수요가 붙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진입시점 가격과 목표수익률 등 뚜렷한 기준을 갖고 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두언 업라이즈 MFO총괄은 "연말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시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며 순환매 대상이 될 먹거리들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커졌다. 초전도체주는 최근까지도 쉴 새 없이 긍정적·부정적 재료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아직 실체를 확인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는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였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매출이 기저에 확인되지도 않는데 테마성만으로 상승하는 종목들에 올라타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전도체주 흐름을 낙관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화진 하이투자증권 스마트PB센터 과장은 "초전도체에서 가장 관건은 특허 등록인데, 아직 관련 특허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기대감이 남아있는 상태다. 또 학술적으로 언급되는 것 대비 시장에서 지레 기대감이나 불안감으로 급등락한 만큼 실체가 아직 규정된 것도 아니다"며 "연말까지는 계속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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