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 건널목이 두려운 노인들..."걸음도 느린데"
[앵커]
대로변 건널목을 건널 때의 보행 신호등 시간, 좀 짧다고 느끼신 분들 적지 않으실 텐데요.
보행 신호등 시간은 성인의 평균 걸음걸이를 기준으로 계산되는데요.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이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져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강민경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어르신 한 명이 아직 길을 다 못 건넌 사이, 초록 불이 빨간 불로 바뀝니다.
8차선 대로를 가로지르는 이 건널목의 보행 신호는 40초 남짓, 걸음이 느린 노인에게는 짧다 못해 두렵기까지 합니다.
[A 씨 / 탑골공원 방문 노인 : 젊은 사람하고 조금 다르니까. 중간에 가다가 끊기면 젊은 사람은 뛰는데 노인들은 못 뛰니까. 젊은 사람에게도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8차선 도로는 아무런 짐이 없는 건장한 성인 여성이 길을 건널 때도 시간이 다소 촉박한 게 현실입니다.
제가 한 번 직접 건너보겠습니다.
평소보다 약간 느린 걸음걸이로 이 도로를 건넜는데 남은 시간은 불과 5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건널목 보행 신호 시간은 기본적으로 진입 시간 7초에, 1m에 1초씩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한국 노인의 평균 보행 속도가 초당 1m인 만큼, 일반적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평균 속도가 30%가량 느린 지팡이나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까지 보장하기엔 넉넉하지 않습니다.
[B 씨 / 서울 종로구 방문 노인 : 급하니까 서두른다고. 서두르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잦습니다.
지난 5년간 노인 보행자 사고 4건 중 1건은 건널목에서 일어났습니다.
갓길 사고의 네 배, 건널목이 아닌 곳의 무단 횡단 사고의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C 씨 / 탑골공원 방문 노인 : 노인들 자체는 (보행 시간을) 늘리는 게 좋지. 느린 게 좋지, 노인들은. 나는 일하다가 다리를, 넘어져서 다쳤어요.]
내년이면 65살 이상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전문가들은 노인 친화적인 방향으로 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재훈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신호가 바뀌더라도 교통약자의 경우에는 차들이 안전을 고려해서 출발하지 않도록 하는 보행자 친화적인 그런 어떤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선 어르신이 많이 몰리는 공간을 중심으로 노인 보호구역, 실버존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 심원보
그래픽: 지경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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