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수도 엄지 척…아시아를 정복한 태극전사 끝판왕들

항저우(중국)=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23. 10. 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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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이 세러머니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안세영은 중국 항저우에서 여자 배드민턴 세계 최강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안세영과 태국의 세계 랭킹 16위 부사난 옹밤룽판의 8강전이 열린 5일 중국 항저우의 빈장체육관.

안세영은 옹밤룽판을 세트 스코어 2-0(21-12 21-13)으로 눌렀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옹밤룽판이 아무리 절묘한 샷을 날려도 안세영이 받지 못하는 셔틀콕은 없었다. 공격 기술도 현란했다.

옹밤룽판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다가 한국 취재진을 향해 우리말 발음으로 "안세영, 대박!"을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옹밤룽판은 경기 중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벽을 느끼면서 여러 차례 허탈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중국의 라이벌 천위페이도 그랬다. 단체전 결승 1단식에서 안세영에 패한 천위페이는 경기 도중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라켓을 바닥에 살짝 던지기도 했다.

세계 최강의 위엄이다.

안세영을 앞세운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개최국 중국을 3-0으로 완파했다. 에이스 안세영을 시작으로 복식 경기에 나선 이소희-백하나 그리고 김가은까지 강호 중국을 상대로 모두 무실세트 승리를 달성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중국을 상대로 한 세트도 안 준 경기는 우리나라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중국 배드민턴도 처음일 것"이라며 "중국 선수들이 많이 당황했다. 스트로크의 정확성이나 스피드 등에서 자기들한테 밀리지 않는다는 걸 처음 느꼈으니까, 아마 벽이라는 걸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실력만 세계 최강이 아니었다. 정신력도 최고였다. 지난 7일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천위페이와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음에도 세트 스코어 2-1로 승리하는 믿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본 어머니 이현희 씨가 "그만 포기해"라고 외쳤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안세영은 불굴의 투지로 대회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도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황선우가 금메달 확정 후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황선우는 수영 자유형 200m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최근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두 대회 연속 입상했고 이때 아시아 국가 선수 중에서는 그의 적수가 없었다.

중국의 판잔러가 단거리 종목의 강자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남자 1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자유형 200m에서는 황선우를 따라가지 못했다.

황선우는 결승에서 1분44초40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공식적으로 남자 자유형 200m의 아시아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 후 은메달을 획득한 판잔러가 두 차례나 황선우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호응을 유도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황선우는 "중국의 스타 판잔러가 제 손을 들어줘서 많은 팬 분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했고 판잔러는 "우리는 긍정적인 라이벌 관계"라고 했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를 통해 자유형 중장거리 종목의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선 김우민은 남자 자유형 400m와 800m 그리고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계영 800m 단체전에서도 우승해 대한체육회 선정 남자 선수 부문 MVP에 등극하는 감격을 누렸다.

여자 양궁 대표팀에게도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결승, 중국과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왼쪽부터) 안산, 최미선, 임시현이 메달 수여식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지난 2021년에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 안산을 배출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임시현과 함께 화려하게 비상했다.

임시현은 '집안 싸움'으로 펼쳐진 개인전 결승에서 안산을 제쳤고 단체전 7회 연속 우승도 견인했다. 이우석과 함께 출전한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생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달성,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여자 선수 부문 MVP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에 패한 중국의 하이리간은 "우리 모두 경쟁자들로부터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모두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는 앞으로 꾸준히 발전해나갈 것이다. 한국을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세영과 황선우 등 아시안게임에서 최강의 자리를 확인한 대한민국의 아시아 '끝판왕'들은 이제 내년 7월 파리올림픽을 향해 다시 달린다. 여자 양궁도 마찬가지다. 그 전에 먼저 올림픽보다 힘들다는 국내 선발전을 치러야 하지만.

또 한국은 중국 항저우에서 e스포츠 강국의 위용을 자랑했다.

아시아를 정복한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 연합뉴스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카나비' 서진혁, '제우스' 최우제,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 등이 참가한 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은 항저우 공항 입국 때부터 e스포츠를 무척 좋아하는 중국 팬들의 환대를 받았고 4강에서 라이벌 중국을 격파, 파죽지세로 금메달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게임이고 그 중 '페이커'는 업계의 레전드로 통한다. 한국은 시범 종목으로 열렸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중국에 우승을 내줬지만 최정예 멤버가 모인 이번 대회에서는 e스포츠 최강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최윤 대한민국 선수단장이 "e스포츠를 직접 보고 놀랐다. 애들한테 게임하지 말라고 못 하겠다. 그 정도로 인상 깊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대회 e스포츠의 열기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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