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21대손 “내 운명은 한글전파”…소수언어, 한글사전 만들어 지켰죠
서체개발 참여하고 훈민정음 세계화 앞장
“세계화 적기, DMZ에 훈민정음다리 꿈꿔”
577돌 한글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글 발전 유공자로 선정된 이기남(89, 사진) 원암문화재단 이사장은 평생을 ‘한글 전파’에 쏟았다. 최초의 매킨토시용 한글 폰트 개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의 훈민정음 공식 문자 채택이 모두 그의 손을 통해 이뤄졌다. “내게 한글은 운명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 이사장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21대 손이다.
최근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이 이사장은 “내 나이가 누군가에겐 지나온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일 수 있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훈민정음 세계화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처음 주목했던 건 컴퓨터용 한글 폰트였다. 1980년대 말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인 매킨토시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당시 폰트가 없어 한글 입력은 불가능했다. 이 이사장은 “문서 작성이나 출판, 인쇄 등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물건인데 한글은 쓸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며 “‘한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이때 처음 실행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신명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차리고 최초의 매킨토시용 한글 서체인 ‘SM 폰트’ 개발에 참여했다.
한글 폰트 개발 후 이 이사장은 ‘아버지의 꿈을 위해 이루기 위해 여생을 바치자’고 다짐했다.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문자 없는 나라에 문자를 수출하는 것이다. 2002년 (재)원암문화재단, 2007년 (사)훈민정음학회를 각각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훈민정음 세계화 사업을 시작했다.
훈민정음학회가 2009년 달성한 성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훈민정음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훈민정음 수출은 단순히 한글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엔 훈민정음을 활용한 찌아찌아어 사전이 10여 년 만에 빛을 봤다. 사전 편찬의 전 과정을 찌아찌아족이 주도했다. 올해 한글날부터 원암문화재단은 훈민정음 확대에 힘쓴 공로자를 표창한다. 사전을 편찬한 찌아찌아족이 원암문화재단이 시상하는 원암문해상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찌아찌아족 외에도 콩고 피그미족과 볼리비아 아이마라족, 러시아 나나이족의 언어를 훈민정음으로 표기하고 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완료됐다. 그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을 건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10년 만에 인천 송도에 개관한 것이 지난 6월이다. ‘훈민정음 전파’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월드컵,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인류언어문자세계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에 ‘훈민정음 다리’를 건설해 북한과 교류하고 싶다는 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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