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이 제품, 뭐였기에…“출시 전날까지 내놓을까 말까 했어요” [방영덕의 디테일]
꽤 오래 걸렸습니다. 현관에 둘 만한 ‘재밌는’ 가전제품을 내놓기까지 말입니다. 지난 2016년 특허출원을 통해 첫 발을 내딘 후 드디어 올해 3월 31일 출시한 신발관리기기 ‘슈케이스·슈케어’가 그 주인공입니다.
세상에 없던 슈케이스·슈케어란 수요를 창출하느라 고군분투 중인 유수찬(44) LG전자 리빙솔루션상품기획팀 책임과 손민주(29) LG전자 육성제품마케팅팀 선임을 최근 만났습니다.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쳤던 유수찬 책임이었습니다. 주부 9단에 상품기획 베테랑인 그도 과연 소비자들이 원하는 슈케이스·슈케어 모습은 어떤 것일지를 두고서 출시 직전까지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케팅 담당 손민주 선임은 지금도 그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여전히 “이걸 왜 사야하죠?”란 소비자들의 질문부터 받는다는 그는 이색가전을 선보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 책임과 손 선임 모두 자부심만은 대단했습니다. “LG전자 직원들 중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팔아본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라고 말했죠. LG전자만의 기술력이 슈케이스·슈케어에 대한 자부심을 뒷받침합니다.
집중살균 코스는 116분동안 위생적으로 강력 살균해주며, 가죽 살균의 경우 가죽 재질의 신발을 섬세 스팀으로 99분동안 살균해주는 식입니다.
“신발 종류나 소재에 맞춰 스팀 분사량을 아주 세밀하게 조절합니다. 그래서 신발은 손상시키지 않고 무좀균, 유해물질 등을 제거할 수 있는 거에요.”
유 책임이 말했습니다. 유 책임은 신발마다 제대로 된 관리법을 알기 위해 유홍식 명장에게 틈만 나면 자문을 받았습니다. 유 명장은 60년동안 구두를 만든 서울시 구두명장 1호입니다. 덕분에 슈케어를 통해 더욱 세밀한 신발 관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듣는 것만으로는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장소에 마련된 슈케어의 ‘15분 급속 스타일링’ 코스를 직접 이용해봤습니다. 마침 그날 보슬비에 젖어 축축했던 신발이 정확히 15분 뒤 보송보송해져 나왔는데요. 다소 늘어났던 가죽이 쫀쫀해진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직장인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 바로 15분 급속 스타일링이에요.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신발도 쉬게 해주자란 생각으로 딱 15분만 투자해보세요. 정말 새 신처럼 오래 잘 신을 수 있다니까요(웃음).” 유 책임이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슈케이스·슈케어의 출시는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며 개인 위생 및 청결관리가 중요해진 사회적 변화에 부합했습니다. 마침 급성장한 명품 신발 소비나 중고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시점과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판매 초기엔 스니커즈나 명품 구두 등 애장품을 관리하는 마니아 층이 (슈케어와 슈케이스를) 많이 찾았어요. 이들은 신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신발을) 랩으로 감싸거나 겨울철 보일러도 방에 안 뗄 정도로 신경을 쓰는데, 슈케이스와 슈케어가 이같은 수고로움을 다 덜어주니까요.” 마케팅담당 손 책임이 말했습니다.
특히 슈케이스가 남성들의 마음을 확 사로 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스니커즈 마니아들이 주를 이루는 2030세대 남성들이 슈케이스 역시 주로 구매한다고 하는데요. LG전자에 따르면 현재 2030세대 남성의 비중이 슈케이스 전체 구매자의 80%에 이를 정도라고 합니다.
슈케어의 경우 30~50대가 주구매자인데, 성비로 보면 남성이 60%, 여성이 40% 가량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유 책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여성들의 스니커즈 등의 구매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 사이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 신발이나 하루종일 학교에서 신었던 자녀의 신발 등을 역시 깨끗이 관리해주고 싶어하는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슈케어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슈케이스 슈케어를 출시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 LG전자는 신발 마니아층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층으로 타깃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러닝크루나 골프 등 스포츠를 여가생활로 즐기는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칠 거에요. 땀을 흘리고나서 운동화까지 쾌적해질 수 있다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이같이 말한 손 선임은 현재 주요 골프장의 VIP룸은 물론 스크린 골프장과 실내 테니스장 등에 슈케어를 비치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처음엔 저 역시 ‘이게 왜 필요하지? 의문을 가졌어요. 하지만 슈케이스를 두고 구매하신 분들이 신발 뿐 아니라 피규어나 레고, 또 자기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담아 보관하는 모습을 보고 신발에만 꼭 한정지을 필요는 없구나, 수요는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 책임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덧붙였죠. “스타일러가 이색가전에서 필수가전으로 자리잡는데 10여년이 걸렸는데, 슈케이스와 슈케어도 아마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요(웃음)?”
유 책임 역시 최근 슈케어를 두고 B2C 뿐 아니라 B2B 수요가 생기는 등 신발관리기 시장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근 꼭 가정 수요 뿐 아니라 공항이나 특히 한달에 1~2켤레 신발을 갈아신어야하는 승무원들을 위해 복지차원에서 슈케어 구비를 원하는 B2B 수요를 확인했어요. 아예 차량용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슈케어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해외있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는데요. 그만큼 다방면에서 신발관리기에 대한 관심이 커져감을 느낍니다.”
LG전자가 선점한 의류관리기 시장과 달리 신발관리기는 삼성전자 제품 출시가 2년여 가량 앞섰습니다. LG전자는 출시가 늦었던 만큼 소비자들이 원했던 기능을 꼼꼼히 파악해 슈케어와 슈케이스에 구현했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삼성과 LG 모두 뛰어든 신발관리기 시장. 의류관리기 시장처럼 발전할 수 있을까요? 한번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감히 ‘경차값’에 SUV 팔다니…‘2천만원대’ 하극상, 건방진데 비교불가 [카슐랭] - 매일경제
- 구본무의 유산 1억6천만원짜리 시계, LG트윈스 누구 품에 안길까 - 매일경제
- “용감한 영부인, 전쟁중에 15억원어치 명품 쇼핑”…팩트체크 해보니 - 매일경제
- [단독] 걷기만 했는데 80억원 쌓였네…오세훈도 우유 사먹었다는데 - 매일경제
- 하마스 이어 레바논도 이스라엘 공격···5차 ‘중동 전쟁’ 발발하나 - 매일경제
- “달라도 어쩜 이렇게 다를까”···네이버·카카오 희비 교차 - 매일경제
- 오산은 미달났는데 여기는 100대 1?…청약 불붙은 다크호스는 - 매일경제
- 세계에서 가장 관광객이 붐비는 관광지는 어디일까 - 매일경제
- 이재용 직접 챙긴 이스라엘…불붙은 화약고에 촉각 곤두세운 기업들 - 매일경제
- 올림픽·WBC 악몽 떨친 국대 천재타자·국대 마무리 AG 金…이제 KS 맞대결 그린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