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車노조 파업 지지하는데 테슬라는 無노조…이게 가능한 이유는?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0.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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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자동차노조, GM·포드·스텔란티스 공장 동시 파업
무노조 경영 테슬라는 노조 의무 가입 아닌 텍사스에 공장

“당신들은 필요한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가 잃은 것을 되찾아야죠. 알았죠? 이제 그들(자동차 업체)이 우리를 위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디트로이트 인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찾아 메가폰을 들고 “당신들은 많은 희생을 했다”면서 한 말이다. UAW는 주32시간 근무와 임금 40% 인상, 기존 연금 복원을 요구하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지프 등의 모회사) 등의 자동차 회사에서 동시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대통령이 지지를 표한 것이다. 로빈 패터슨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 벨빌 GM 물류 센터 부근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숀 페인 UAW 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UAW의 파업은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 3사의 경쟁자인 테슬라만 웃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의 공장에는 노조가 없어 다른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을 때 타격이 없고, 파업으로 임금이 오르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벤츠, BMW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과 현대차 미국법인도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자동차 노조를 지지하는데, 주요 자동차 업체는 노조가 없는 데에는 주마다 노조 관련 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남부의 주들이 근로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고, 주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기업을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한다.

◇美 남부 주, 무노조 경영 가능하게 해 기업 유치·고용 창출

테슬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뉴욕주 버펄로 공장 일부 근로자들은 노조 설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로봇처럼 취급받는 데 지쳤다”면서 급여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자 테슬라는 노조 설립 추진을 주도한 직원을 포함해 최소 18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

머스크는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테슬라는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도록 스톡옵션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국 노동당국은 2021년 테슬라가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직원 1명을 불법으로 해고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노조가 결성되면 스톡옵션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무노조 경영을 하기 위해 택한 다른 방법은 텍사스 공장 건설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던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텍사스에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폴크스바겐도 공장을 짓고 있다.

카탈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공장 기가팩토리를 방문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진 배경에는 미국 50개주 중 28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는 ‘단결강제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법(Right to Work Laws, 근로권법)이 있다. 미국의 전국노동관계법(NLRA)은 모든 근로자가 노조에 조합비를 내도록 하는 사용자와 노조 간 단체협약을 허용하고 있다.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유니온숍(union shop)’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개별 주들은 별도의 법으로 이 조항을 대체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 노조 가입을 강제하지 않고 노조가 사측과 협상해서 얻어낸 근로조건은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다. 이같은 근로권법을 가진 곳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27개다. 플로리다와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주로 남부 주들이 근로권법을 갖고 있다. 테슬라가 공장을 지은 텍사스, 현대차가 공장을 지은 앨라배마와 조지아도 역시 근로권법이 있다.

근로권법이 있는 주는 노조 조직률이 낮은 편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근로권법이 없는 하와이의 노조 조직률은 23.1%이지만, 근로권법이 있는 노스캐롤라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노조 조직률은 2.7%다.

테슬라와 현대차의 사례처럼 미국에서 기업들은 어디에서 사업할지 정할 때 근로권법 여부를 주요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비가 의무화된 주보다 근로권법이 있는 주의 고용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근로권법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18일 울산공장 내 노조사무실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한국, 유니온숍 제한적으로 허용…현대차 입사하면 노조 의무 가입

한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근로자가 노조에 강제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노조법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노조에 자유롭게 가입하고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노조 조합원이 사업장 근로자 3분의2 이상일 때에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업장이 현대차다. 현대차 한국 사업장은 유니온숍 협정을 맺고 있고, 근로자들은 입사와 동시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가입하게 된다.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현대차 직원은 “신입 연구직과 일부 일반직은 입사시 자동으로 노조에 가입된다. 조합 탈퇴는 쉽지 않다”며 “매달 5만원의 조합비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 다만 미국 노동계는 현대차에 일종의 ‘단체 협약’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UAW는 시민단체와 함께 현대차 미국 법인에 ‘지역사회 혜택 협약(community benefits agreement)’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현대차에 노조가 없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만큼 직원들과 지역 사회에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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