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이커머스 상장사’ 타이틀전에 쓱 등장...컬리는 사실상 스톱
내년 3월 IPO 재도전 방침 밝히기도
상장 연기 컬리·오아시스 재수 관심
오아시스, FI 제시 몸값 기준 넘어야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운영사 SSG닷컴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사’ 타이틀을 거머쥘 유력 후보로 올라섰다. 최근 SSG닷컴의 대표이사가 직접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추진 계획을 설명하는 등 기업공개(IPO) 군불을 다시 지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앞서 상장 작업을 중단한 컬리와 오아시스에도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초 상장 추진을 중단하며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SSG닷컴 상장 재추진…내년 3월 중 도전 목표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내년 상반기 중 상장 재추진 방침을 정하고 관련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가 지난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를 찾아 상장 추진 계획은 물론 사업 현황, 성장 전략까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의 상장 추진 행보라기보다 교류 차원의 단순 방문이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SG가 사실상 IPO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가 올해 결산을 마치는 내년 3월쯤 IPO에 나서겠다며 거래소에 구체적인 시점까지 밝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장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 내 상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SSG닷컴은 지난 2021년 한 차례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그해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실사도 진행했다. 주관사들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까지 일부 작성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IPO 시장이 급랭되며 SSG닷컴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IPO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는 게 SSG닷컴의 상장 재추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규 상장 기업은 52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개보다 늘었고, 두산로보틱스가 지난달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는 33조원의 증거금이 몰리기도 했다.
SSG닷컴을 중심으로 통합한 신세계그룹 멤버십의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상장 재도전에 긍정적인 여건이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통합 멤버십을 운영한 지난 6월 이후 SSG닷컴 거래 건수는 7월 349만건, 8월 353만건으로 늘었다.
◇ SSG닷컴 몸값 6조~7조원 관측…오아시스도 재도전?
투자은행(IB) 업계에선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약 6~7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연간 거래액 규모가 6조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거래액은 이커머스 기업의 몸값 산정 주요 근거로 쓰인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 당시에도 기업가치 근거에 거래액이 사용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일각에선 SSG닷컴의 상장 기업가치 10조원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전체 규모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쿠팡과 네이버로 양분된 시장에서 SSG닷컴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SSG닷컴의 상장에 재시동이 걸리자 컬리와 오아시스의 IPO 재추진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SG닷컴이 훈풍을 타고 공모주 흥행에 성공한다면, 두 회사도 분위기에 편승해 다시 한 번 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SSG닷컴의 뒤를 이을 유력 주자로는 오아시스가 꼽힌다. 지난 2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물량은 모두 채웠지만,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이하에 주문이 몰리자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회사는 기대 이하의 가격에라도 상장을 강행하길 원했으나, 재무적 투자자(FI)의 반대에 막혔다.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오아시스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이 8000억원 기업가치에 500억원을 투자했고, 상장 시 기업가치가 9000억원에 못 미칠 경우 상장 자체를 반대할 비토권을 가져갔다. 유니슨캐피탈은 오아시스가 9000억원 이하 몸값에 상장한다면 소송까지 불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 외형확장 택한 오아시스, 적자 ‘빨간불’ 켜진 컬리
오아시스는 최근 새벽배송 권역을 충남 세종 지역으로 넓히는 등 외형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형확장을 통해 기업가치 9000억원의 벽을 넘는다면 언제든지 상장에 재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수년째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도 오아시스의 강점이다.
이와 달리 컬리는 상장 재도전에 대한 IB업계의 기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기업가치가 1조원에도 못 미치고 있는 탓이다.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컬리의 주가는 1만95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7920억원 수준이다.
이는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프리IPO 단계에서 2500억원을 투자하며 평가한 기업가치(4조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당시 앵커PE가 투자 조건으로 내걸었던 상장 시 몸값은 6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현 수준의 7배 이상으로 올라야만 해당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컬리의 상장 연기 결정 후 시장에선 대출, 신규 투자, 대기업에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다. 일단은 앵커PE가 나서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다만 컬리는 올해 상반기에만 7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컬리는 우선 적자를 줄이는 데 집중하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돌아오고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 상장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문제는 그런 때가 언제 올지 지금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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