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한 것만큼 의미 있다" 커쇼 꺾은 KBO 역수출 신화, 아직도 한국 잊지 않았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박준형 기자] 2018년 한국시리즈 3차전 SK 시절 메릴 켈리. 2018.11.07 /soul1014@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한국시리즈 경험이 메이저리그 가을야구 승리로 이어졌다.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LA 다저스 상대로 가을야구 데뷔전을 승리했다.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이야기하며 KBO리그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켈리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선발등판,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애리조나의 11-2 완승을 이끌었다. 다저스 선발 클레이튼 커쇼가 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으로 크게 무너진 것과 대조를 이뤘다. 

1회부터 애리조나 타선이 커쇼에게 6득점을 뽑아내면서 켈리도 가을야구 데뷔전을 손쉽게 치렀다. 2회 2사 2루, 3회 1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은 뒤 4~6회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7회 1사까지 89개의 공을 던진 켈리는 최고 95.5마일(153.7km), 평균 94마일(151.3km) 포심 패스트볼(31개), 커터(30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5개), 커브(6개), 싱커(5개), 슬라이더(2개)를 섞어 던졌다. 

그동안 켈리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인 다저스에 유독 약했다. 2019년 데뷔 후 다저스전 통산 16경기에서 승리 없이 11패 평균자책점 5.49로 고전했다. 올해도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3.98로 승리가 없었는데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전 첫 승을 거두며 천적 관계를 극복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켈리는 “그동안 다저스를 이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마운드를 밟기도 전에 그런 걸 생각하면 공 8개만 던지고 내려갈 것 같았다”며 “빅리그에서 플레이오프를 해본 적이 없지만 한국과 트리플A에서 플레이오프에 나간 적이 있다. 물론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플레이오프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됐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 나의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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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이 켈리에겐 메이저리그 첫 가을야구 등판이었다. 2019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4년간 애리조나가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켈리는 2015~2018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며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015·2017·2018년 3차례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6경기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5.92로 시즌 때보다 고전했지만 2018년 한국시리즈에선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19로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계속된 공식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커리어 중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켈리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면서도 “분명 한국시리즈도 큰 대회이고, 우리는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우승한 것과 비슷하게 꼽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가치도 잊지 않았다. 

이어 켈리는 “난 꽤 평정심이 있고, 느긋한 사람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지 않으려 한다. 일을 실제보다 크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며 “1회부터 커쇼 상대로 달려들어 6득점을 낸 우리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덕분에 조금 편하게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동료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켈리의 아버지도 이날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7회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가족석을 바라보며 가슴을 두드린 켈리는 “사실 오늘 아침 아버지가 비행기를 놓쳤다. 그 부분을 해결하느라 조금 화가 났지만 내게 좋은 산만함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 것이 잘됐다. 공항에 일찍 가지 않은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뒷이야기도 전했다. 다행히 켈리의 아버지는 새로운 비행편을 구해 피닉스에서 LA로 넘어왔고, 경기장에도 제 시간에 도착했다. 아버지 앞에서 자랑스런 아들이 된 켈리에겐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한편 켈리는 지난 2015~2018년 KBO리그 SK 소속으로 4년간 통산 119경기(729⅔이닝)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642개로 활약했다. 미국에서 마이너리그에만 있다 왔는데 한국에서 스텝업하며 애리조나와 2+2년 최대 1450만 달러 계약했다. 31세에 메이저리그 데뷔했지만 5년간 통산 127경기(750⅔이닝) 48승43패 평균자책점 3.80 탈삼진 681개로 활약하며 주축 선발로 안착했다. 

지난해 시즌 전 2+1년 보장 1800만 달러에 애리조나와 연장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로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30경기(177⅔이닝) 12승8패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187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가을야구 데뷔전까지 승리를 거두며 애리조나 돌풍의 중심에 섰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대선 기자] 2018년 SK 한국시리즈 우승 후 메릴 켈리가 춤을 추고 있다. 2018.11.12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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