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트럭·보트에 뚫린 ‘첨단 국경’…“이스라엘, 안보 참패”
아이언돔 등 ‘첨단 무기’ 무색…외신 “시스템 전체의 실패”
감시 기술 ‘최고’ 자랑하던 정보기관 모사드 책임론 대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공중, 해상, 지상 등 모든 방면에서 침투했다. ‘철통’ 같은 방어벽을 자랑하던 이스라엘 국경은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불과 몇시간 만에 무장세력이 거리를 활보하며 민간인을 사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군 역시 무방비 상태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안보에 고스란히 구멍이 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을 ‘제2의 진주만 공습’이나 ‘9·11 테러’에 빗대며 이스라엘이 “최악의 정보 실패”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CNN은 “이스라엘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이번 전례 없는 기습은 이스라엘 건국 후 75년간 가장 파괴적인 공격”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팔레스타인의 테러단체가 어떻게 그렇게 파괴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의 전 국제담당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커스는 “어느 것 하나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실패”라며 “이스라엘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같은 순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이후 국경을 방위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지출했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로켓 공격을 막기 위한 저고도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을 구축했고, 지하 방어벽과 감시 센서를 갖춘 ‘스마트 국경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수억달러를 썼다. 그러나 이런 ‘철벽 보안’은 패러글라이더를 타거나, 픽업트럭을 탄 채 그대로 철조망을 뚫어 국경을 넘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에 의해 한순간에 무력화됐다.
일부 하마스 대원들은 소형 보트를 타고 해상으로 이스라엘에 침투했다. 대규모 로켓포 발사와 함께 육·해·공 모든 방면에서 무장대원의 기습 공격이 감행된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오전 하마스가 22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몇발을 요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정보력을 자랑해온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가디언, CNN 등 주요 외신은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인 신베트(국내 첩보)와 모사드(해외 첩보), 방위군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스캔들’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스라엘의 감시 기술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 모든 것에도 하마스의 공격 대비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페가수스 스캔들’은 이스라엘의 보안기업 NSO가 만든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로 인해 2021년 촉발된 다국적 해킹 스캔들이다. 이스라엘은 이 스파이웨어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인권운동가들의 휴대전화를 광범위하게 해킹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2021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급 인사 14명의 휴대전화가 페가수스로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적 스캔들로 비화했다.
BBC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도 무장단체 내 정보원을 두고 있다”면서 “이는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정보 실패”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 정보기관 역시 하마스의 공격 관련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리는 “미국이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이스라엘과 반드시 공유했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우리는 일단 싸워야 한다”면서 “정보기관의 문제는 차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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