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안세영, 그때는 어렸지만"…中 여제도 흐뭇하게 지켜본 성장기

▲ 안세영(왼쪽)과 천위페이 ⓒBWF 홈페이지 캡처

▲ 안세영(오른쪽)과 천위페이의 결승전 장면.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박정현 기자] 중국의 셔틀콕 여제 천위페이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안세영(삼성생명)의 얘기다.

안세영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인 중국의 천위페이를 2-1(21-18 17-21 21-8)로 제압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에게는 다소 불운이 따랐던 경기였다. 1게임부터 무릎부상을 당했고, 그 이후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해 많은 재미를 봤던 대각 공격은 물론 점프 스매싱까지 아픈 무릎 탓에 활용할 수 없었다. 천위페이의 공격을 묵묵히 막아내며 상대 실수를 유도하거나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뜻대로 풀리지 않던 경기였지만, 결국 결과를 만들었다. 안세영은 강인한 정신력과 투혼을 앞세워 천위페이를 잡아냈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호하는 안세영 ⓒ연합뉴스

경기 뒤 만난 안세영은 “이보다 뜻깊을 수 있을까 싶다.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고, 정말 행복한 시간인 것 같다. 무릎이 많이 아팠는데, 다행히도 걸을 정도는 됐다. 다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승전에서) 뛰는 일이 마지막일 수 있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 꿋꿋이 하고 싶었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안세영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 그 이상의 극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5년 전 안세영은 수많은 배드민턴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여자 단식 1회전(32강전)에서 여제 천위페이를 만나 0-2로 패하며 아픔을 겪었다.

당시 안세영이 맞대결을 펼친 천위페이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서서히 배드민턴 여제로 자리 잡아가던 과정에 있었고, 이후 자카르타 대회 여자 단식 은메달,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랬던 안세영과 천위페이가 5년 뒤 다시 한 번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그것도 결승에서 만났다. 이전 다양한 국제대회에서도 여러 번 맞붙었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상징성과 각국을 대표하는 최고 선수가 결승전에서 만난다는 점이 많은 팬의 흥미를 불러왔다.

안세영은 5년 전처럼 당하고 있지 않았다. 그동안 무수히 흘린 땀방울과 노력을 앞세워 천위페이에 완벽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그를 꺾으며 5년 전 아픔을 씻어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세영(왼쪽)과 천위페이. ⓒ항저우(중국), 박정현 기자

천위페이는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안세영에 대해 얘기했다. “예전에는 내가 많이 승리했다. 그때는 안세영 선수가 많이 어렸고, (선수로서) 덜 자랐기에 승리한 것 같다. 우리 사이에 많은 경쟁이 있었고, 이후 (안세영은) 계속 성장했다. 스포츠는 이기고 지는 것이 있어야 재밌다”라며 안세영의 성장 과정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안세영도 5년 전 아픔, 그리고 이날 금메달까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그때(자카르타 대회) 많이 배웠다. 정말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그 시간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묵묵히 제자리에서 하다 보니 잘 이겨낸 것 같아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도 안세영은 왕좌를 지키기 위해, 천위페이는 다시 그곳을 빼앗기 위해 치열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둘의 치열한 승부는 이제 본격 시작이다.

▲ 안세영(왼쪽)과 천위페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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