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프리미어12, 불러주신다면"…'AG 금메달' 병역혜택 받고 ML 도전, 장현석의 '약속'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불러주신다면 응하겠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장현석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특급유망주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
장현석은 2024 KBO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불려왔다. 150km 중·후반의 빠른 볼과 고등학생 답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은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장현석은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한화 이글스의 전체 1순위 지명이 확정적이었는데, 그는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장현석과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은 LA 다저스는 '진심'이었다. 메이저리그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와 계약을 맺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구단마다 정해져 있는데, 다저스는 이 금액을 모두 소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두 명의 유망주를 트레이드하는 반대급부로 '보너스풀'을 확보했고, 이를 장현석에게 투자하는 진심을 보였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은 장현석은 고교 무대에서의 뛰어난 활약 속에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출국을 앞두고 진행된 상무 피닉스와 연습경기에서 계투로 등판해 최고 154km의 빠른 볼을 바탕으로 탄탄한 투구를 펼치며 류중일 감독에게 인상을 남겼다.
류중일 감독은 당초 장현석을 홍콩 또는 태국을 상대로 선발 기회를 줄 뜻을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 선발 등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차례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장현석은 홍콩을 상대로 3-0으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오르는 기회를 가졌다. 불안했지만, 결과는 완벽했다.
장현석은 이닝 시작부터 선두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하지만 후속타자를 삼진 처리, 이어나오는 타자도 3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틀 쌓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주자에게 도루를 허용한 뒤 폭투로 2사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 하지만 마지막 타자도 삼진으로 묶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두 번째 등판은 슈퍼라운드에서 중국전이었다. 당시 장현석은 한 점을 내줬다. 장현석은 8-0으로 간격이 크게 벌어진 8회말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닝 시작부터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장현석은 후속타자 두난을 2루수 땅볼, 량페이를 3루수 땅볼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는데, 이닝 교대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둔 상황에서 루윈에게 좌익수 방면에 1타점 3루타를 허용하면서 한 점을 내줬다.
그래도 추가 실점은 없었다. 장현석은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중국의 '3번 타자' 리닝과 5구 승부 끝에 삼진을 솎아내며 이닝을 마쳤고, 이번 대회 2경기(2이닝)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그리고 형들이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끝에 금메달과 함께 병역 혜택을 받는 기쁨을 맛봤다.
장현석은 이번 대회에서 느낀 것이 많은 듯했다. 8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장현석은 "느끼는게 많았다. 확실히 프로 선배님들의 공을 많이 보니, 아마추어의 볼은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것을 느꼈다. 형들이 몸을 풀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으로 가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느끼고 배운점도 많았던 대회가 성과까지 좋았다. 금메달을 목에 건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이번 대표팀이 내 인생에서는 처음이다.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 영광이고 행복하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마무리가 아주 좋게 끝났다. 긴장도 됐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긴장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라고 웃었다.
장현석은 KBO리그가 아닌 미국행을 택한 만큼 향후 국제대회 출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더욱 소중했다. 그는 "내게는 이번 대표팀이 정말 좋은 인연이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형들이 '아마추어에서 뽑힌 것도 대박인데, 정말 씩씩하게 잘 하고, 잘 견디더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며 "'더 열심히 해서 빅리그에 올라가라. 미국에서 정말 잘해봐라'는 응원까지 해줬다"고 말했다.
장현석은 이 자리에서 한가지 약속을 했다. 미국에서 야구를 하더라도 국가가 부른다면, 언제든 그 부름에 응한다는 것. 장현석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에 나가서 형들, 선배님들과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며 "국제대회는 당연히 가고 싶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가 된다는 것은 자부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불러만 주신다면, 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현석은 당분간 지인들과 시간을 가지면서, 미국 출국을 준비할 예정. 그는 "아직 스케줄이 나온 것은 없다. 일단 초·중학교 선생님을 만나서 인사도 드리고, 친구들과 시간도 보내고 싶다. 이호준 코치님께도 연락을 드릴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빅리그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현석은 미국 무대에 뛰어드는 시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병역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 이제는 미국에서 좋은 성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일만 남았다. 장현석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뒤를 잇는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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