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살린 행운의 '4분'… 관료 17명 앗아간 폭탄 테러 [뉴스속오늘]

차유채 기자 2023. 10. 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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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전두환 대통령 아웅산 테러 순국 외교사절단 빈소 조문 /사진=e영상역사관 홈페이지

1983년 10월 9일, 북한은 버마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현 미얀마)을 순방 중이던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을 암살하고자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당초 북한의 타깃이었던 전두환 대통령은 행운의 '4분'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를 비롯해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각료와 수행원 17명이 사망했다.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숨진 전례 없는 테러에 대한민국 정부는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이 생겼으며, 미얀마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외교를 단절하고 북한대사관 직원들을 모두 추방했다.

계획에 없던 미얀마 순방…참모진 반대에도 강행
/사진=대통령 기록관 홈페이지

전두환 대통령은 1983년 10월 8일, 공식 수행원 22명 및 비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괌 등 4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2개국에서 진행되는 17박18일 일정의 공식 해외 순방에 나섰다.

미얀마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첫 방문지였다. 사실 미얀마는 원래 순방 계획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지시가 내려왔고, "외교를 통해 얻을 실리가 없다"는 참모진들의 반대에도 전두환 대통령은 미얀마 순방을 추진했다.

8일 미얀마 양곤에 도착한 전두환 대통령은 당시 미얀마 대통령인 우 산유의 영접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일정을 소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두환 대통령의 순방은 평범한 순방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다.

늦게 도착한 전두환 위해 예행 연습하다가…폭탄 테러 발발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직전의 사진. 사진 하단의 뿌연 부분은 사진을 찍은 기자의 혈흔으로 알려졌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

테러 당일인 9일, 전두환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 30분에 미얀마의 독립 영웅 아웅 산 장군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이었다.

일정 진행을 위해 서석준 부총리를 비롯한 수행 공무원들과 경호원들은 행사 준비 및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차량 정체로 인해 대통령이 약 30여분 뒤에 지연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에 한 번 더 애국가 예행연습을 했다.

이때 미리 대기하고 있던 폭탄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신기철은 전두환이 오전 10시 30분 도착한다는 소식을 첩보로 파악한 상태였다. 이에 예행연습 때 흘러나온 음악을 듣고 전두환이 도착했다고 착각해 오전 10시 28분, 설치해 뒀던 폭탄 스위치를 작동했다.

폭탄 3개 중 1개가 폭발하면서 대통령 수행원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숨지고, 50여명이 큰 부상을 당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숨진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음과 같다.

△서석준(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이범석(외무부장관) △김동휘(상공부장관) △서상철(동력자원부장관) △함병춘(대통령비서실장) △이계철(주 미얀마 특명전권대사) △김재익(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하동선(해외협력위원회 기획단장) △이기욱(재무부차관) △강인희(농림수산부차관) △김용한(과학기술처차관) △심상우(국회의원, 민주정의당 총재 비서실장) △민병석(대통령 주치의) △이재관(대통령비서실 공보비서관) △이중현(동아일보 사진기자) △정태진, 한경희(대통령경호실 경호관)

당시 장교 정복을 입고 있던 이기백 전 국방부 장관은 각종 약장과 휘장들이 방탄복 역할을 해서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역시 폭탄 파편이 온몸에 박히고, 행사장 대들보에 깔려 다리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승용차 고장→격려 인사…전두환을 살린 '행운의 4분'
전두환 대통령 아웅산테러 부상자 문병 /사진=e영상역사관 홈페이지

전두환 대통령은 '천운'으로 테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영빈관으로 향하던 외무장관의 승용차가 고장 난 것을 비롯해 영접 요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격려 인사로 기존 출발 예정 시각보다 4분 늦게 묘소로 향했다.

이 스케줄 지연이 전두환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모든 순방 계획을 취소하고 특별기편을 통해 귀국했다.

현장에서 희생된 서석준 부총리 등 17명에 대해서는 합동 국민장이 거행됐다. 영결식 전까지 전두환 대통령과 각계 인사, 시민들이 조문 및 분향했으며, 여의도광장에서 순국 외교사절 합동 국민장으로 영결식을 치른 후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미얀마, 北과 단교…29년 만에 이뤄진 미얀마 방문
아웅산테러 순국 외교사절단 합동국민장 /사진=e영상역사관 홈페이지

당초 미얀마 정부는 같은 사회주의 성향인 북한과 더 가까웠으나, 북한이 자국의 독립 영웅인 아웅산 묘소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 것에 대해 격노하여 즉시 단교 조치함과 동시에 대사관을 강제로 철수시키고 국가 승인까지 취소했다.

범인으로 알려진 북한 공작원 3인조의 최후는 비참했다. 신기철은 현장에서 사살됐으며 김진수에 대해서는 1985년 4월 사형이 집행됐다.

강민철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2008년 옥중에서 중증 간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5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 및 미얀마 방문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저녁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영접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후 미얀마를 방문하지 않았다. 그리고 29년 만인 2012년 5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했으며 같은 해 10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전 (현지시간) 동남아 3개국 순방 두 번째 국가인 미얀마 수도 네피도 국제공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3/뉴스1


2014년에는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가 건립됐고, 2019년 9월 미얀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순국사절 추모비를 찾았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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