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판...하마스 기습 9일전 안보보좌관 “중동 요즘 조용”
“중동 정책 美 외교 중심 아니라는 것 보여줘”
“중동 지역은 지난 20년보다 오늘날 더 조용합니다(The Middle East region is quieter today than it has been in two decades).”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 시사지 애틀랜틱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불과 9일 전이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예멘에서 휴전이 유지되고 있었다.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중단됐다.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존재는 ‘안정적’이었다”며 중동 정세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중동 지역에 대규모 전쟁위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를 두고 CNN 등은 8일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실패’는 물론 미 정부의 오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당시 행사에서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긴장 등 도전이 있지만 9·11 테러 이전 (미 정부) 전임자들과 비교했을 때 오늘날 내가 중동의 위기와 분쟁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다”라고도 했다. 애틀랜틱은 당시 설리번 보좌관 발언을 언급하고 “여기엔 정보(실패) 뿐만 아니라 상상력의 실패도 있다”며 “설리번의 공개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서 이런 일(하마스 침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얼마나 적었는지를 시사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설리번의 극단적으로 낙천적 견해는 (언론 등의) 면밀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CNN은 “갑작스러운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은 지난 2021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수개월 전부터 미국 정부가 기밀을 해제해 (러시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경고했던 당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했다. 앞서 미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국제사회에 알렸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에도 러시아군의 작전 계획 등을 거의 실시간 공개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 정부에서 이런 선제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CNN은 이어 “설리번의 (중동 안정) 발언은 중동이 더 이상 미국 외교 정책에서 과거처럼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행정부 내 널리 퍼진 견해를 강조한 것”이라며 “실제 이번 행정부를 포함해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또한 중국의 부상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외교 정책을 아시아로 재편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초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이어 미국의 대외 중심 축을 중동에서 아시아 쪽으로 옮기다 보니 관련 정보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스라엘과 미국 관리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빠뜨리거나 잘못 해석한 정보가 있는지, 양국이 알지 못했던 사각지대가 있었는지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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