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극기 훈련과 와이파이 통제, 대한체육회 어르신들의 꼰대 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 [오!쎈 항저우]
[OSEN=항저우(중국), 손찬익 기자]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대한체육회 어르신들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30여 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의 대한체육회 스포츠 외교라운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 회견. 마이크를 잡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되돌아보며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주하지 않았나 싶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투기 종목에서 굉장히 저조했는데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은 이어 “E-스포츠, 브레이크 댄스, 스케이트 보드 등 젊은 세대들의 스포츠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국제 업무를 강화해 해외의 좋은 사례를 조사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현재 상황에 안주하면 회복하는데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도, 레슬링 등 효자 종목으로 불렸던 일부 종목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기흥 회장은 “요즘 선수들은 체력 훈련을 안 하려고 한다. 그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금 심해지면 인권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옛날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 인구 감소세로 선수 수급이 어려운 가운데 분명히 다시 조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회견이 끝날 무렵 이기흥 회장은 “파리 올림픽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전략을 수립할지 고민하겠다”면서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오기 전에 해병대 극기 훈련을 받게 할 생각이다. 나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은 “옛날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전근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
앞서 대한체육회는 8월 24일 오전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D-30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윤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장재근 선수촌장을 비롯해 김우진(양궁), 김우민(수영), 신유빈(탁구), 구본길(펜싱) 등 각 종목 유명 선수와 지도자가 참석해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014 인천 대회까지 늘 2위 자리를 지켰던 한국이다. 하지만 지난 2018 자카르카·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49개 획득에 머물며 3위로 쳐졌다. 2014년 인천에서 79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4년 만에 30개가 줄어든 것.
장재근 선수촌장은 "지난 자카르카·팔렘방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걱정을 늘어놓으며 성적 향상을 위한 변화를 꾀했다.
그는 "지난 대회에서는 자율에 맡겼던 새벽 운동을 의무적인 훈련으로 바꿔 정신력 강화를 노렸다. 훈련하는 집중력, 선수들의 마음가짐 등 정신력 강화를 위해 진행한다”면서 "2주에 한 번 하는 산악 훈련도 부활했다.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선수촌 와이파이도 통제한다. 이 시간은 선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재근 선수촌장은 "선수들은 1인 1실을 사용한다. 선수들의 휴식 여부를 체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터넷 문제로 다음 훈련에 지장이 가서는 안 된다. 아시안게임 기간 한시적으로 인터넷 통제를 하며 바이오리듬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훈련량을 늘리는 건 좋으나 와이파이를 통제한다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발심만 일으킨다. 일부 선수들은 “와이파이가 통제된 지 몰랐다. 평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해 (와이파이를 통제하더라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해병대 극기 훈련과 와이파이 통제. 대한체육회 어르신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체육의 미래를 운운하기 전에 꼰대 마인드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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