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어 어렵지? 다문화 껴안은 ‘우리말 맛집’ [이 순간]

박종식 2023. 10.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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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내남면의 경주한국어교육센터.

숀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장 넬리(14)가 이내 따라 부르며 반투명 종이 아래 적힌 가사를 손으로 베껴 써 내려갔다.

"1년 하고 4일 전 부모님과 함께 경주로 왔어요." 고려인 후손인 장 넬리는 지난해 9월 타타르스탄공화국에서 '할아버지의 나라'로 이주했다.

때마침 올해 4월 다문화 학생을 위한 전국 최초의 공립형 대안 교육 기관인 경주한국어교육센터(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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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전국 최초 공립형 ‘경주한국어교육센터’
경주한국어교육센터 초등반 학생들이 쉬는 시간 박지혜 선생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가수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 집으로 가는 길) 중에서)

경북 경주시 내남면의 경주한국어교육센터. 숀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장 넬리(14)가 이내 따라 부르며 반투명 종이 아래 적힌 가사를 손으로 베껴 써 내려갔다. 낯선 언어가 어려울 법도 한데, 검정 사인펜으로 적어 내려간 글씨는 제법 반듯했다.

중등반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초등반 학생이 한글을 따라 쓰고 있다. 박종식 기자

“1년 하고 4일 전 부모님과 함께 경주로 왔어요.” 고려인 후손인 장 넬리는 지난해 9월 타타르스탄공화국에서 ‘할아버지의 나라’로 이주했다. 경북 경주여중에 다니고 있지만, 한국어가 서툰 탓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한다. 때마침 올해 4월 다문화 학생을 위한 전국 최초의 공립형 대안 교육 기관인 경주한국어교육센터(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중도입국 학생과 다문화 가정의 초·중·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1기수당 3개월간 한국어 교육 및 방과 후 수업을 위탁교육 하고 있다. 초등 28명, 중등 32명의 1기생이 수료했고, 현재 2기 과정에는 초등학생 62명과 장 넬리를 포함한 12명의 중고등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센터에는 통역사가 상주하며 아이들의 고충도 듣는다. 박성진(47) 중등반 선생님은 “아이들이 서툰 한국어와 낯선 문화 탓에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같은 문화권의 학생들과 만나 친해지며 안정감을 찾는다”고 말했다.

초등반의 한 학생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박종식 기자
초등반 학생들이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박종식 기자

2023년 현재, 다문화 학생은 18만1178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4만6954명 이후 11년 만에 13만명 이상 급증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한국어 및 다문화 교육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주배경학생에게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을 통해 누구나 능력껏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주한국어교육센터 학생들이 쉬는 시간 팔씨름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초등반 학생이 선생님의 목에 매달려 있다. 박종식 기자

“여기서 계속 살고 싶기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는 장 넬리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될 수도, ‘집으로 가는 길’의 기착지일 수도 있다. 다만, 장 넬리에게 한국이 차별 없는 ‘할아버지’의 나라로 기억되길 바란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3년 10월 9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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