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해부] ‘토종 ERP’ 더존비즈온, 플랫폼·데이터로 도약 준비
신한과 ‘더존테크핀’ 설립, 기업신용조회 진출
ERP(기업 자원 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더존비즈온이 지난해 실적 저점을 찍고 올해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출시 3년 차를 맞은 ERP 플랫폼 ‘아마란스10′이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면서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아마란스10은 ERP뿐 아니라 기업 업무에 필수적인 그룹웨어, 문서관리 기능을 통합한 올인원 플랫폼이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10년간 구축형 회계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온 ‘스마트A’를 올해 말에 단종하고, 이를 ‘위하고’라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A는 기업의 주요 거래 내역을 프로그램이 자동 수집해 회계전표로 생성해 주고, 세무신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세무회계 사무소의 90%가 이용하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의 올해 매출액은 3359억원으로 작년보다 약 10%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616억원으로 3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관련 투자를 미뤘던 기업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회사가 대형 ERP 구축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하던 인건비·외부 용역비를 절감한 영향이다.
1997년 더존디지털웨어로 출발한 더존비즈온은 세무 회계 소프트웨어를 만들다가 2003년 법인을 설립했다. ERP 투자가 상당히 진행된 대기업보단 주로 중소·중견기업을 공략했다. 2006년엔 대동이라는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인수·합병(M&A)하면서 증시에 우회 상장했다.
최대주주는 더존디지털웨어 초창기부터 근무했던 김용우 대표다. 김 대표는 더존비즈온의 최대주주인 지주사 더존홀딩스의 지분을 64.99% 보유하고 있다. 모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실무형 대표이지만, 언론 노출은 자제하는 은둔형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회사는 2010년 경쟁사인 키컴을 인수하면서 당시 SAP, 오라클 등 외산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ERP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연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클라우드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2차 도약을 준비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구축형뿐 아니라 클라우드로도 제공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2011년 1월 강원도 춘천의 8만2500㎡ 부지에 강촌캠퍼스를 신축하고 본사를 이전했다. 그해 7월엔 전용 클라우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인 ‘D-클라우드센터’를 개관하고 클라우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로 매출은 2017년 2044억원, 2020년 3065억원까지 성장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더존비즈온이 최초였다. 사업 초기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던 국내 ERP 시장 점유율 역시 현재 20% 수준(2021년 IDC 집계)으로 올라와 글로벌 선두기업 SAP(28%)와 격차를 크게 좁혔다. 20년간 중소기업 11만곳, 중견·대기업 2만여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회사는 3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친 ‘아마란스10′을 통해 ERP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아마란스10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주요 고객사를 확보했고 10년 주기인 ERP 교체 시기가 올해부터 도래한다”며 “코로나 때 기업들의 투자가 지연되긴 했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면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존비즈온은 ERP 사업으로 쌓아온 기업 데이터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합작법인 ‘더존테크핀’을 설립하고 매출채권팩토링 서비스로 신사업을 본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매출채권팩토링은 실시간 세무·회계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정보와 기업 간 매출의 사실 여부를 제공하면 자금 공급자가 심사 후 일정 할인율로 매출채권을 매입하는 서비스다.
더존테크핀은 올 3월 기업정보를 수집·통합·분석·가공해 제공할 수 있는 기업신용조회사 설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한국평가데이터, NICE평가정보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것이다. ERP에 있는 재무 정보뿐 아니라 인사, 회계, 영업, 세무 등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까지 활용해 내실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ERP 시장 회복과 회사의 비용 절감 노력으로 하반기부터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위해선 신사업의 성장성 확보가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사업이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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