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더미식 만두'…비비고 아성 흔들까?

전다윗 2023. 10.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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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9종 출시하며 냉동만두 시장 출사표…"4년 연구한 '육즙'이 포인트"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하림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의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면, 비빔면, 즉석밥에 이어 이번엔 냉동만두를 내놨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CJ제일제당 '비비고'가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하림은 신제품을 앞세워 되도록 빨리 시장 안착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더미식 만두 교자 4종.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육즙새우교자, 육즙고기교자, 육즙땡초고교자, 육즙김치교자. [사진=전다윗 기자]

◇4년 연구한 '육즙'이 포인트

하림이 지난 5일 출시한 '더미식 만두'는 육즙고기·육즙새우·김치·땡초고기 교자 4종, 소고기표고·묵은지·부추새우 손만두 3종, 고기·해물 군만두 2종으로 총 9종으로 구성됐다. 주무기는 '육즙'이다. 질 좋고 신선한 생채소, 국내산 냉장육 등을 굵게 썰어 재료 본연의 육즙과 수분을 살렸다. 만두피 역시 3시간 동안 직접 우려낸 육수를 넣어 1만번 치대어 쫄깃함과 촉촉함을 극대화했다.

하림 관계자는 "육즙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주도 아래 만두 안에 육즙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4년 동안 연구에 매진했다"며 "쉽지 않았다. 육즙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식감이 뭉개지고, 적게 넣으면 드라이하다. 최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매주 테스트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하림이 육즙에 '올인'한 이유는 해당 카테고리를 블루오션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림 자체 조사에 따르면 냉동만두 소비자 전체의 25%가 만두소가 촉촉하고 육즙이 가득한 만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현재 국내 냉동만두 가운데 육즙을 강점으로 내세운 제품들의 시장 규모는 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는 높은데, 이를 충족해 줄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의미다. 하림은 국내 시장에서 '육즙 만두'라는 트렌드를 이끌며 관련 시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더미식 만두 군만두 2종. 위가 고기 군만두, 아래가 해물 군만두. [사진=전다윗 기자]

◇직접 먹어보니…결이 다른 촉촉함

더미식 만두 9종을 직접 먹어봤다. "육즙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번에 먹어보라"는 설명대로 한입에 밀어 넣었더니, 입안이 대번에 육즙으로 촉촉해졌다. 제품 설명만 들었을 땐 육즙이 흘러넘치는 소룡포 같은 만두를 떠올렸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기존 냉동만두 제품과는 결이 다른 촉촉함이 느껴졌다. 절반을 베어 물고 가만히 들고 있었더니 육즙이 똑똑 몇 방울 떨어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교자 4종 중 육즙고기교자는 가장 육즙이 깊고 진하게 느껴지는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5가지 국내산 채소를 굵게 썰어 넣어 식감 또한 풍부했다. 땡초고기교자는 호불호가 갈릴 제품이다. 캡사이신 대신 원물 고추로 맛을 냈는데, 상당히 매웠다. 절반 베어 물고 물을 두 잔 연거푸 마셨다.

손만두 3종은 얇은 만두피가 두드러진다. 소고기표고손만두에는 표고버섯과 함께 새송이버섯도 함께 들었다. 찌면 식감이 떨어지는 표고 대신 버섯 식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방책이다. 묵은지손만두는 석박지를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렸다.

굽기 편하게 반달 모양으로 빚은 군만두는 찹쌀가루를 넣어 바삭함을 더했다. 해물군만두에는 기존 냉동만두 제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오징어 맛이 강하게 났다.

더미식 만두 손만두 3종.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고기표고손만두, 부추새우손만두, 묵은지손만두. [사진=전다윗 기자]

◇목표는 1년 내 점유율 10%…'프리미엄 전략'에 성패 갈릴 듯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현재 약 4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비비고 브랜드로 유명한 CJ제일제당이 40%가 넘는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얄피만두'의 풀무원과 '고향만두'의 해태제과가 10%대 초반의 점유율로 따르고 있고, '개성 왕만두'의 동원F&B, 'X.O. 교자' 오뚜기 등은 한 자릿수대 점유율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하림은 1년 안에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해 업계 2~4위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성공 여부는 '프리미엄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어 가느냐에 달렸다. 더미식 만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냉동 만두 평균 가격보다 10~20%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다만 하림이 자랑하는 육즙과 맛이 비싼 가격을 기꺼이 감내할 수준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공개한 '냉동식품-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냉동식품을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로 '맛(본인·가족의 입맛, 19.8%)'을 꼽았다. '가격(11.2%)'보다 맛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큰 셈이다. 비비고 역시 출시 당시 기존 제품 대비 10~20%가량 높은 가격을 책정했지만, 업그레이드된 품질과 맛을 앞세워 30년 가까이 지켜온 고향만두의 왕좌를 뺏은 바 있다.

하림 관계자는 "맛있는 만두를 고르는 기준을 풍부한 육즙으로 재정립하고, '더미식 만두=육즙만두'라는 공식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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