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햇살론 관리 부실'... 서금원이 상반기 6000억 대신 갚았다
가압류·가처분은 3% 수준뿐
"안 갚으면 다른 사람 기회 사라져"
햇살론 부실로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올 들어 대신 갚아준 돈은 늘어난 반면 돌려받은 돈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저소득층 대상 보증부대출인 햇살론 특성상 일정 수준의 부실률은 불가피하지만 사후 관리 소홀 문제, 신규 공급 감소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금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증기관인 서금원이 채무자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근로자햇살론의 경우 3,12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대위변제액(3,263억 원)에 육박한다. 근로자햇살론은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에게 연 11.5% 이하 금리로 2,000만 원까지 생계자금을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다른 햇살론의 부실도 대동소이하다. 저소득·저신용자가 은행에서 연 15.9% 금리로 2,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햇살론15의 대위변제액은 올 상반기 1,924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대위변제액(2,568억 원)의 74.9%에 달했다. 심지어 햇살론유스와 햇살론뱅크는 같은 기간 각각 337억 원, 557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햇살론유스 254억 원, 햇살론뱅크 134억 원) 규모를 넘었다. 햇살론유스는 34세 이하 청년이 연 3.5% 금리로 1,200만 원까지 학업자금 등을 빌릴 수 있는 대출상품이며, 햇살론뱅크는 정책금융상품 성실상환자가 은행권에서 2,500만 원까지 추가적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를 합하면 올 상반기 햇살론 대위변제액은 총 5,944억 원이다.
이에 비해 서금원의 부실대출 회수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햇살론·햇살론유스·햇살론뱅크의 채권보전조치(채권 추심 전 가압류·가처분)는 134억 원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이뤄진 대위변제액(4,020억 원)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소송을 통해 회수한 돈은 이보다 적은 3억 원에 그쳤다. 돈을 대신 갚아주고도 대다수는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서금원이 관리에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인 만큼 부실대출 회수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2020년 1월 출시된 햇살론유스와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햇살론뱅크는 시행 초기라서 대위변제액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실대출을 회수할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한 탓에, 시행 초기에는 대위변제액이 클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높은 대위변제액 때문에 햇살론 신규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올해 근로자햇살론 공급 목표는 3조2,000억 원으로, 전년 공급실적(3조8,285억 원)보다 낮다. 다만 이에 대해 서금원 관계자는 "근로자햇살론의 보증 재원은 복권기금에서 출연되기에 공급 규모와 사후 채권 관리 간 연관성은 높지 않다"며 "공급 목표는 예산과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며, 서민금융 공급 실적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빌리고 안 갚으면 다른 사람의 빌릴 기회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일시 상환이 어려울 경우 채무 재조정 과정을 통해 일부를 나눠 갚는 방식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햇살론은
저신용·저소득층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서민 금융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을 지원하는 대출상품으로 2010년 7월 출시됐다. 2016년부터는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상품에 따라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의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근로자햇살론,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연 15.9% 금리를 제공하는 햇살론15, 신용도와 부채 상태가 개선된 정책금융상품 성실 상환자에게 추가 대출을 내주는 햇살론뱅크, 저신용자의 신용카드 발급을 지원하는 햇살론카드 등으로 구분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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