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부결로 이균용 대법원장 내정자 낙마…공익감시 나비효과?
지난 10월 6일(금)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내정자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상정됐다. 이날 오후 2시 40분 쯤 발표된 투표결과는 출석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 등 부결이었다. 이로써 이균용 대법원장 내정자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낙마했다.
이는 87년 체제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가 대법원장으로 내정했으나 1988년 7월 2일 열린 여소야대 국회 본회의에서 정기승이 단 7표 차이로 낙마한 이후 35년 만에 다시 일어난 두 번 째 인준부결 사건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낙마했다는 부끄러운 이력을 갖고 있는 정기승은 명예롭지 못한 기록에 걸맞게 1985년 3월 당시 대통령 전두환에 의해 대법관으로 발탁되어 헌법적 가치를 위반하면서까지 군부독재체제에 적극 협조했던 인물이다.
사적 친분 등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투기 등 각종 범죄혐의자는 물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격자 또는 무자격자를 일방적이고, 독단적이며 독선적으로 임명하는 인사정책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친명과 비명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민주당이 이번 안건에 대해서는 대동단결하여 만장일치로 부결당론을 정해 ‘청문회 결과’도 상습적으로 무시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으로 가득 찬 인사정책에 중대한 첫 번째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인준부결 등을 외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일조한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대표는 이 소식을 듣고 “거대야당 민주당이 야성을 회복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협치는 단순히 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방통행 인사정책을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균용 낙마 또는 윤석열 인사정책 제동은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여러 가지 복합요인들이 작용하여 가능해진 것이겠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한 목소리로 인준을 반대해 왔다. 이중에서도 특히, ‘공익감시 민권회의’(대표 송운학), ‘투기자본감시센터’(공동대표 윤영대 외), ‘행·의정감시네트워크 중앙회’(회장 김선홍), ‘국민연대’(대표 이근철) 등 시민단체들이 가장 강력하고도 끈질긴 공익감시 연대활동을 펼쳐왔다.
예컨대, 이들 단체는 지난 9월 12일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약칭 공수처) 앞에서 ‘이균용 등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9월 14일 ‘대법원’ 정문 옆에서 ‘이균용 중징계 등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밖에도 이들 단체는 지난 9월 21일 “국회는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부결하라! 이균용 후보자를 승인한 국회의원은 국민배신자로 차기 국회의원에 절대 반대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10월 5일 발표한 ‘민주당과 이재명 당대표께 드리는 이균용 대법원장 인준부결 당론 채택촉구 등 긴급공동성명’에서 이재명 당대표의 장기단식과 여야영수회담제안 등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진정성까지 거론하면서 “민주당은 이균용 대법원장 인준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반드시 부결시켜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금요일(10.6.) 원내 절대다수 제1거대 정당인 민주당이 최고위원회 회의와 의원총회를 각각 잇달아 열고, 오후 2시 15분 쯤 인준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슷한 시각, 정의당 역시 부결당론을 채택했다. 이균용 부장판사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미리 결정된 것과 다름없었다.
한편, ‘공익감시 민권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 약 15명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자 포함) 경계를 풀지 않고 감시 고삐를 바짝 조이려는 듯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30분 동안 여의도 국회 정문 옆에서 “공직윤리위반 이균용”, “부동산투기 이균용”, “탈세·뇌물 이균용”, “이균용 임명부결”, “원내거대야당 단독부결가능”, “부결당론채택 이탈의원징계” 등과 같은 손 팻말을 들고, “민주당은 반드시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라!”고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균용 인준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고, 오히려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자기 무덤을 파는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민주당이 국민을 배신했다고 규정하고 국민저항에 앞장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이균용은 본인과 가족(배우자+아들+딸) 명의로 보유한 비상장 주식 약 10억 원과 배당수익 약 1억 2,690만 원을 은폐하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현행범이다. 취득경위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불법으로 증여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처가 역시 부동산 투기로 주요재산을 만들었고, 탈세도 했다는 혐의가 있다. 고위공직자와 처가집 등 친인척의 부동산 투기는 약자를 강탈하는 범죄로서 원가상승 등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원”이다.
게다가 “아들이 김앤장 특별인턴으로 채용되고, 딸은 100억대 고가 첼로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어 제3자 뇌물수뢰죄도 성립한다는 의혹도 있다. 뿐만 아니다. 자녀의 불법해외 조기유학의혹은 물론 해외재산 신고거부 문제, 성인지 감수성 부족문제, 동료법관 등으로부터 최하위 권으로 평가받는 문제, 일제강점기 정당화 또는 합리화 등 역사인식 문제 등 그가 갈 곳은 대법원이 아니라 교도소”라는 것이다. 아니, “형 확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법관에 대한 중징계 역시 고작해야 최대 1년 정직에 불과하므로 국회, 특히 민주당이 이균용 법관을 탄핵 소추할 수 있도록 의결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날 단체가 지난 10월 5일 발표한 긴급공동성명은 아래(별지)와 같고, 지난 10월 6일 열린 기자회견은 ‘정의연대’(사무총장 김상민), ‘기독교개혁연대’(대표 이승원 목사), 법치민주화를 위한 무궁화클럽(회장 김장석),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대표상임의장 윤호상), 개혁연대민생행동, 국민제안경연잔치 공동개최추진회의, 국민주권개헌행동, (가상화폐 등) 범죄자금 환수국민연대(준), (가습기살균제 등) 사회적 참사재발방지와 안전사회건설연대, 언론소비자 주권행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등 총 15개 시민단체가 주최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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