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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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음악인 방중악(房中樂), 서양의 귀족들이 즐기던 살롱음악(salon music)은 오늘날 관현악과 대비되는 소규모 실내악의 의미로 통칭한다.
연주 공간과 악기편성을 짐작하게 하는 이 명칭은 음악 장르를 구분 짓는 범주로 사용되고 있다.
음악을 구분하는 잣대를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신분의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냐에 따라 연주 공간이 곧 장르가 되고, 궁중음악처럼 특정 공간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분명한 목적성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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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음악인 방중악(房中樂), 서양의 귀족들이 즐기던 살롱음악(salon music)은 오늘날 관현악과 대비되는 소규모 실내악의 의미로 통칭한다. 연주 공간과 악기편성을 짐작하게 하는 이 명칭은 음악 장르를 구분 짓는 범주로 사용되고 있다. 음악을 구분하는 잣대를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신분의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냐에 따라 연주 공간이 곧 장르가 되고, 궁중음악처럼 특정 공간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분명한 목적성을 지니게 된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궁궐 내 임금의 거동 시 상주하는 악사들에 의해 음악은 항상 수반됐다. 예와 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예악사상을 표방한 유교국가 조선의 임금을 위한 음악은 위엄과 의미에 상당한 비중을 둔 관념적인 음악이었다. 궁궐이라는 장엄한 건축물 내 임금의 곤룡포를 입은 모습만 보아도 사람들은 즉각 느끼는 반응에 있어 감화가 일어나게 되고, 임금의 한걸음 한걸음에 악사들이 연주하는 궁중음악까지 수반되면서 임금의 위엄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돼버린다. 인간은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간과 음악 또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오늘날에는 공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그 공간에 적절한 음악을 더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는 상업적 마케팅에도 접목돼 현대인은 자신이 머무는 공간 어디든 BGM이라 불리는 배경음악을 일상에서 늘 접하며 살고 있다.
얼마 전 ‘2022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던 수영구 민락동 복합문화공간인 밀락더마켓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워터프런트 무대를 배경으로 이세현 작가의 전시회가 열렸다. 필자는 붉은 산수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세계적 입지를 다진 이 전시회의 오프닝을 맡아 공간과 그림에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융복합 연주를 선보였다.
부산에서 광안대교 전망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이 공간은 건물 자체로서도 동서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서의 명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관광지로서 매력을 견문과 힐링으로 본다면 건물이 가지는 아름다움에 더해 바다의 푸른색과 대비돼 설치된 붉은색의 대형 산수화 그림, 그리고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연주하는 융복합 음악이 합쳐지면서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의도한 힐링과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이 더 강화되고 각인이 되면서 건물이 사람에게 감성을 주었다. 이러한 건물의 하드웨어와 그림과 음악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만났을 때 스케이핑이 완성이 된다. 스케이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밀락더마켓이라는 건물은 동서양의 조화가 스며들어 있고 거기에 더해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체화해 자신만의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이세현 작가의 붉은 산수화 같은 작품이 더 잘 어우러졌다고 할 수 있다.
서양풍을 띤 복합문화공간에 다시 동양적인 그림을 전시하고 융복합 음악이 더해지면서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에 어떤 감성을 건물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지를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공간의 완성을 물리적인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닌 음악이나 예술 작품이 함께할 때 그 건물이 원래 의도했던 감성을 인간에게 줄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공간에 가는 것만으로도 견문이고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매력적인 부산다운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수양과 힐링을 위해 즐기던 풍류음악을 21세기 신개념의 자연과 공간,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방중악의 고급문화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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