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11> 송한필이 먼저 세상을 버린 벗 최경창을 그리며 지은 제문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3. 10.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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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에서 말하기를 "벗의 무덤에 한 해 묵은 풀이 있으면 곡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송한필이 벗인 고죽(孤竹) 최경창(1539~1583)의 제를 지내며 지은 제문이다.

위 제문 전체를 다 읽으면 벗인 송한필이 왜 그를 그리며 눈물을 흘리는지, 왜 경성기생 홍랑이 그를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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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으로 하여금 해를 넘길수록 잊기 어렵게 하는 것이네

- 使友逾久而難忘也·사우유구이난망야

‘예기’에서 말하기를 “벗의 무덤에 한 해 묵은 풀이 있으면 곡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운(최경창)이 간 지 이미 해를 넘겼고, 가운을 묻고도 또 해를 넘겼는데, 이렇게 눈물이 떨어지고 울음이 그치지 않으니, 나와 벗의 정이 옛사람보다 더 해서인가? 이는 가운의 사람됨이 벗으로 하여금 해를 넘길수록 잊기 어렵게 하는 것이라네.

禮云: “朋友之墓, 有宿草而不哭焉.” 嘉運之逝, 已逾年矣. 嘉運之葬又逾年矣, 而使我淚漣漣而不止, 聲鳴鳴而不禁者, 豈吾向友之情, 有加於古人哉? 是乃嘉運之爲人, 使友逾久而難忘也.(예운: “붕우지묘, 유숙초이불곡언.” 가운지서, 이유년의, 가운지장우유년의, 이사아루련련이불지, 성명명이불금자, 개오향우지정, 유가어고인재? 시내가운지위인, 사우유구이난망야.)

위 글은 조선 시대 문장가인 운곡(雲谷) 송한필(宋翰弼·?~1599)의 문집인 ‘운곡집(雲谷集)’에 수록된 ‘최종성의 제문(제祭崔鍾城文·최종성문)’이다.

송한필이 벗인 고죽(孤竹) 최경창(1539~1583)의 제를 지내며 지은 제문이다. ‘가운(嘉運)’은 최경창의 자이다. ‘최종성(崔鍾城)’은 최경창이 그의 나이 43세였던 1582년(선조 16)에 함경도 종성부사로 근무한 사실 때문으로 그렇게 불린 것으로 보인다. 최경창은 그곳에서 성균관직강으로 임명받아 상경하던 중에 종성객관에서 사망했다.

송한필이 위 제문의 이어지는 글에서 “놀아도 함께 할 이가 없고, 앉아도 마주할 사람이 없고, 말을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으며, 시를 읊어도 화답할 사람이 없고, 화복과 영욕이 있어도 더불어 위로하거나 같이 즐거워할 사람이 없네”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 사람이 친했다.

최경창은 시와 문장에도 뛰어났고, 풍류도 넘친 문사였다. 위 제문 전체를 다 읽으면 벗인 송한필이 왜 그를 그리며 눈물을 흘리는지, 왜 경성기생 홍랑이 그를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유난히 이번 가을 접어들면서 필자의 선·후배나 지인의 부모님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세상을 버린 벗의 제문(祭文)을 간략하게 짓고 있다. 그러는 중에 최경창을 그리는 위 제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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