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공사가 대신 돌려준 전세금, 상반기만 1조3000억

정순우 기자 2023. 10.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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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치 금액의 절반 넘어… 재원 대부분은 세금으로 조달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에게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지급한 돈이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겼다. 최근 10년 치의 절반이 넘는다. HUG가 지출하는 재원은 국민 세금으로 조달되는 정부 예산이 대부분이다. 전세 사기·역전세 등 여파로 HUG는 물론, 국민들이 떠안는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지원

8일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전세 보증 사고 건수와 피해 금액은 각각 8156건, 1조852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돌려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은 1조3350억원으로 2013년 상품 출시 이후 작년까지 10년 치 누적 금액(2조2177억원)의 60%에 달한다. 전세 사기, 역전세 여파로 보증금 미(未)반환 사고가 급증하면서 HUG의 곳간이 급속도로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 자금으로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채권 추심, 경매 등으로 회수하는 상품이다. 회수율은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면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주로 세입자가 가입한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집값 대비 부채(보증금·대출) 비율이 높은 이른바 ‘깡통 주택’에서 많이 발생했다. 올해 사고 금액의 75%인 1조3941억원이 부채비율 90%를 넘는 주택에 집중됐으며, 부채비율이 90%를 넘는 주택 다섯 채 중 한 채꼴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보증 사고 급증 여파로 HUG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내년 말쯤에는 보증 발급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HUG 자본 확충을 위한 출자액 7000억원을 반영하고, 보증 발급 한도도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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