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 40주기...“부친의 도전 정신,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
1983년 10월 9일 오전 10시 25분(현지 시각).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시 아웅산 묘역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미얀마를 시작으로 6국 순방을 떠난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한 북한의 테러였다. 대통령 수행원이던 서석준 경제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웅산 테러 40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당시 사건이 아직도 엊그제 일인 것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고(故)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의 큰아들 서병훈(60)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유학 중이었다. 서 부사장은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절망에 빠졌었다”며 “당시 비행기로 한국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 그 시간이 몇 배는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서 부사장은 “합동 국민장 당시 막내 여동생이 현충원 나무에 기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TV에 나왔는데 이를 본 어른들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당시 서울예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서 부사장의 여동생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딛고 1984년 바이올린 연주로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서 부사장은 과학기술을 강조했던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부사장이 됐다.
고 김용한 전 과학기술처 차관의 장남 김태균(62)씨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지금 저보다 10살가량 어렸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발표된 사망자 명단에는 아버지가 없었다”며 “당시에는 한 줄기 희망이 있었는데 다음 날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는 미래가 안정된 교사를 그만두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사명감을 위해 공무원이 되셨던 헌신적인 분”이라며 “비록 아버님은 일찍 떠나셨지만, 부친의 도전 정신은 저와 저희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큰 원동력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과학기술 분야에 몸담아 삼성 SDS 수석컨설턴트를 지냈다고 한다.
아웅산 테러 사건 당시 13세의 나이로 아버지를 잃은 개그맨 심현섭(53)씨는 고 심상우 전 국회의원의 3남 2녀 중 막내아들이다. 심씨는 “아버지는 호탕하고 가정적이며 누구보다도 유머러스한 분이었으며, 어린 시절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어머니와 춤도 자주 추셨던 로맨티스트셨다”며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몇 달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드셨기 때문에, 곁에서 늘 웃겨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1994년 개그계에 데뷔했다. 심씨는 “이번 40주기 추모식을 정부에서 연다고 하는데, 우리 아버지를 잊지 않아 정말 감사하다”며 “12년의 병환 끝에 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를 보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고 함병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큰아들인 함재봉(65) 한국학술연구원장은 당시 테러로 숨진 고위 관료 자녀 중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그는 ‘맏형’으로서 슬퍼하는 다른 동생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함 원장은 “아버지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돌아가시기 이전에 학자셨다”며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나와 동생 모두 교수가 됐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했던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함 원장은 “당시 미얀마 방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 외교에 앞서 제3세계 수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방위 외교였다”며 “이는 당시 북한에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는 아웅산 테러 40주기를 맞아 올해 추모식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9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아웅산 테러 추모식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아웅산 테러 유족들도 대거 참여한다. 고 이범석 외무부 장관의 사위인 조태용 안보실장도 참석한다.
☞아웅산 테러
1983년 10월 9일 미얀마(당시 버마)의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순방 중이던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수행 인원 17명과 미얀마인 4명이 숨진 사건이다. 테러를 저지른 북한 정찰국 특공대 3명 중 신기철은 총격전 끝에 사망했고 2명은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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