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모유 삽니다” 젖동냥 나서는 엄마들

박혜연 기자 2023. 10.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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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서 모유를 구하는 ‘현대판 젖동냥’이 이뤄지고 있다. 체구가 작거나 예정보다 이르게 태어난 미숙아를 위해 엄마들이 모유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전에는 모유 은행이 있었지만, 지난 5월 문을 닫아 모유를 구할 다른 방법은 없다.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유를 구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 기자가 지난 6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유 구매’를 검색했더니 “냉동 모유 구매 희망” “귀한 모유 삽니다” 등 제목의 채팅방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300만명이 가입한 맘카페 ‘맘스홀릭 베이비’에 “남은 냉동 모유를 선착순으로 기부하겠다”는 글이 올라오자, “체구가 작은 딸에게 줄 모유를 몇 팩이라도 받고 싶다” “사례금을 줄 테니 퀵으로 모유를 보내달라”는 등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모유를 사고파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숙아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모유는 절실하다고 한다. 경기 안산시에서 5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장모(27)씨는 “작게 태어난 딸에게 모유를 주려고 보건소에도 전화해봤지만 기증받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며 “인터넷에서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한테 택배로 모유를 받으면 보관 상태나 성분 등이 걱정되긴 하지만, 유축이 안 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유를 수소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출생 시 몸무게가 2.5㎏ 미만이거나, 임신 기간 37주 미만의 이른둥이를 미숙아로 규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미숙아는 2020년 2만6611명에서 2022년 3만429명으로 늘었다. 올해 6월까지 전체 출생아 11만8814명 중 18.4%인 2만1860명이 미숙아다.

미숙아가 늘면서 모유 수요도 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다른 사람의 모유를 기증받을 수 있는 기관이 없다. 국내 유일 ‘모유 은행’을 운영해 온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은 지난 5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모유 은행은 건강한 여성에게서 모유를 기증받아 저온 살균 등 공정을 거쳐 필요한 아기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은 모유 은행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여겨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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