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로 깻잎 싸먹어야 하나
“채소 없이 고기만 구워 먹어야겠어요.” 캠핑 여행을 앞둔 이모(30)씨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다가 채소 가격에 깜짝 놀랐다. 쌈채소 등 신선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로 깻잎 가격이 급등해 삼겹살보다 비싸지면서 “삼겹살로 깻잎을 싸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고기를 구울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추, 깻잎 등 쌈채소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g 기준 청상추는 1821원으로 1년 전(1203원)보다 51.4%, 깻잎은 3165원으로 1년 전(2755원)보다 14.9% 비싸졌다. 대파 1kg 가격도 3849원으로 1년 전(3151원)보다 22.2% 올랐다. 고기와 곁들여 쌈장에 찍어 먹는 풋고추(28.3%), 오이(9.8%) 등도 1년 전보다 비쌌다.
반면 돼지고기·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작년보다 떨어지면서 고기보다 일부 쌈채소가 비싸지기도 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고기 안심 1+ 등급의 100g당 가격은 1만3976원으로 지난해보다 11.5% 저렴했다. 100g 기준 국산 삼겹살 가격은 2665원, 목살은 2496원으로 작년보다 4%가량 떨어졌다. 삼겹살과 목살 모두 100g 기준으로 깻잎보다 저렴했다. 깻잎 100g은 계란 10알(3305원)과 맞먹는 수준의 가격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대형마트에선 신선 농산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 야채나 건채소 등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채소값이 너무 비싸서 냉동 믹스(mix)를 대신 샀어요.”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냉동 야채’ 상품 후기에 이런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여러 개를 사기 부담스럽다 보니 당근·감자·브로콜리 등 여러 채소가 손질돼 섞여 있는 냉동 상품을 사뒀다가 요리할 때마다 조금씩 쓰는 알뜰한 소비자들이 느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냉동 과일과 채소 매출은 1년 전보다 약 9% 늘었다. 냉동 마늘(60%)과 고추류(110%) 등이 잘 팔렸다. 건채소 매출도 16% 늘었다. 건나물(6%)와 인삼·더덕(18%), 건버섯(42%) 등이 인기다. 대형마트는 나들이 철 먹거리 할인 행사에 나섰다. 이마트는 오는 11일까지 ‘가을 나들이·캠핑 먹거리 할인전’을 열고 배와 고구마 등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을 최대 30% 할인한다. 롯데마트도 11일까지 캠핑용 삼겹살, 소고기와 쌈 채소, 파채, 샐러드 등을 할인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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