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불행이 있는 곳에 개를 보낸다… 115마리 개들이 펼치는 액션
이 영화를 보면 개를 기르고 싶어진다. ‘레옹’ ’니키타’ 등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여 온 뤼크 베송(64) 감독이 또 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그의 신작 ‘도그맨’은 100여 마리의 개를 몰고 다니며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린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알아갈수록 개가 더 좋아져요. 허영심 없는 아름다움, 잔인함 없는 용기.... 인간의 미덕은 갖추되 악덕은 없죠.”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뤼크 베송 감독은 “어린 아들을 개와 함께 철창에 가뒀던 한 남자의 기사를 보고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유년기에 사랑이라곤 받아본 적 없지만, 개들한테만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아이는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 상상하게 됐죠.” 그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악하지 않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괴물”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글라스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밤에는 진한 화장을 한 채 연극배우로 무대에 오른다. 때로는 개들의 대부(godfather) 같기도, 때로는 개들이 구원한 조커처럼 보이기도 한다. 베송 감독은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를 극찬하며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하자, 한 강아지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가가서 그를 쓰다듬어줬다”고 했다. “개는 인간의 감정을 굉장히 잘 알아채요. 연기를 시킬 순 없지만, 100여 명의 친구를 초대한 것처럼 즐겁게 지내다 보면 가끔 기적처럼 훌륭한 장면이 나왔죠.”
영화는 그야말로 ‘개판’이다. 115마리 개들이 펼치는 액션 연기가 압권. 촬영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뤼크 베송 감독은 “배우들과 작업하기보다 쉬웠다”며 농담했다. 책을 읽어주는 주인공의 목소리에 개들이 귀를 기울이는 장면도 기적 같은 순간 중 하나였다. “세 시간 동안 공원에서 열심히 뛰놀게 하고 먹이를 두 배로 줬더니 흡족한 듯 얌전히 앉아있더라고요. 3분의 2는 정말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신은 불행이 있는 곳마다 개를 보낸다”는 글귀로 시작하는 영화는 개(dog)와 신(god)에 대한 비유들로 가득하다. 베송 감독은 “유년기의 끔찍한 고통 이후에도 주인공은 결국 선한 길을 선택한다. 개가 주인공을 선한 길로 인도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액션 스릴러 영화이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대표작 ‘레옹’과도 닮았다. “저는 고통이 인간을 연결해주는 고리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인간이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어떻게 서로 고통을 나눌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게 되죠.”
이번 영화는 성폭행으로 고소당했던 그가 혐의를 벗고 처음 공개하는 신작이다. 2018년 배우·영화학교 학생 등 9명이 그를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했으나, 검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도그맨이 올해 베네치아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논란이 일자, 영화제는 “우리는 판사가 아니다. 예술을 보고 평가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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