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도 슬프나 우리 의병 불쌍”… 한글로 쓴 여성들 독립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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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문중(門中)과 함께 만주로 떠나온 여성들에게 한글은 기록할 수 있는 힘을 줬다.
고순희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논문 '만주 망명과 여성의 힘'에서 "'산새타령'은 윤 의사가 만주에서 남편과 자식들을 뒷바라지만 한 것이 아니라 항일 인재를 양성하고 앞장서서 이들을 거둬 먹인 독립운동의 실질적 지도자였음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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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순 의사, 항일인재 양성 앞장
“아무리 여자라도 이때 쾌설해 보자”… 이상룡 부인 김우락 여사 작품도
학계 “강점기 여성 역사의식 재평가”
일제강점기, 문중(門中)과 함께 만주로 떠나온 여성들에게 한글은 기록할 수 있는 힘을 줬다. 이들이 쓴 ‘만주 망명 가사’는 조선 부녀자들이 한글로 남긴 문학 ‘내방가사(內房歌辭)’를 대표하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9일 한글날을 맞아 일제강점기 우리말로 독립 의지를 노래한 만주 망명 가사를 살펴봤다.
“이내 몸도 슬프나 우리 의병 불쌍하다/배고프다 한들 먹을 수 없고 춥다 한들 춥다 할 수 없네/…엄동설한 찬바람에 잠을 잔들 잘 수 있나/동쪽 하늘 밝아지니 아침거리 걱정이라”(‘산새타령’ 중에서)
“남녀가 평등하니/…법국(프랑스)의 나란 부인(롤랑 부인) 독립전쟁에 성공하고/…밝고 밝은 이 세상에 여인으로 태어나/이전 풍속을 지키다가 무슨 죄로 고생하겠나/…순풍 불어 환고국 하올 적에/그리운 부모 동생 악수할 것이니”
의성김씨 문중의 김문식과 혼인한 이호성 여사(1891∼1968)가 쓴 가사 ‘위모사’의 일부다. 만주로 떠나는 딸을 걱정하는 친정어머니에게 바친 글로, 타향에서의 삶에 대한 우려보다 남성과 동등하게 힘을 보태 독립할 그날에 대한 염원을 밝히는 등 독립을 향한 굳은 의지를 담았다. 최형우 대구한의대 교수(기초교양)는 논문 ‘근대 조선을 바라보는 이호성의 시선과 위모사에 담긴 여성 의식’에서 “여성에게 제한적 역할만 부여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일제강점기 민족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임무에 적극적이었던 여성의 모습을 이 가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사는 만주 망명사(史)에서 소외돼 왔던 여성들의 심경과 그 역할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강윤정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 우리말로 지은 문학을 통해 독립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고자 했던 여성들의 역사의식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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