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넘치는 소명의식, 이재명 혐의 소명은 못해

김양진 기자 2023. 10. 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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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특수부 ‘칼잡이’ 총동원해 수사하고도 ‘소명조차 의심’돼 영장 기각… 검찰은 ‘이재명 기우제’ 계속 지낼까
2003년 3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이인규 형사9부장(이후 대검 중수부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 왼쪽에 한동훈 초임 검사(현 법무부 장관)가 앉아 있다. 당시 형사9부는 특수부 역할을 했다. ‘SK 비자금 수사’는 “검사가 영장만 받으면 재벌 총수 방도 따고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수사였다고 여러 검사는 회고한다.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

2023년 9월18일 오전 9시2분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돼 1년 넘게 이어져온 ‘이재명 수사’의 피날레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1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온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응급이송(오전 7시10분)된 지 1시간52분 만이었다. 약 1시간 뒤 국회에 출석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 등 야권의 요구에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한 군더더기 없는 대답이자, 검찰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선명한 메시지였다.

수사팀, 격앙된 목소리로 판사 비난

지난 20년 검찰 특별수사의 경험·기세·역량이 총동원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특별수사는 2003년 ‘에스케이(SK) 대선 비자금’ 수사 이후 대대적인 상시체제를 구축했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궁지에 몰리기도 했지만, 끝내 ‘특수부 검사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토대가 됐다. 아흐레 뒤인 9월27일 오전 2시30분 영장은 ‘혐의 소명 및 증거인멸 우려 부족’ 이유(영장실질심사 결과 전문 참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안별로 보면 검찰이 의심한 혐의 세 가지 가운데 ‘백현동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은 소명이 되지 않고, ‘위증교사 의혹’은 소명은 되는 것으로 보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영장 단계 ‘소명’은 검찰 주장이 사실로 추측된다는 의미이고, 증거로 의심 없이 입증됐다는 뜻의, 재판 단계 ‘입증’과는 다른 개념이다.)

“어제 심문받은 피의자가 야당 대표가 아니었으면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 백현동 사건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이런 법원(영장판사) 판단은 기각이란 판단에 맞춘 수사적 표현으로 본다. (…)더욱이 정당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 대상인 점을 증거인멸 우려 배척 근거로 삼았는데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닌가 우려된다. 수사팀으로서는 사법적 관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서울중앙지검 수사책임자)

영장 기각 당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과 수원지검 수사팀(대북송금 의혹 수사)은 기자들을 만나 격앙된 목소리로 영장판사를 맹비난했다. 검찰이 이번 영장이 발부될 거라고 그만큼 확신했고, 기각에 따른 충격이 컸다는 의미다. 앞서 이날 한동훈 장관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결정도 죄가 없다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직 검사 ㄱ씨는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정도 사안이면 대검과 그 윗선까지 ‘영장발부가 100% 확실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친 거예요. 검찰한테도 그렇고, 우리 사회에서 ‘구속은 유죄’잖아요. 보통 검찰에서 주요 피의자를 ‘입고’(구속)시키면 총장 격려금 내려오고 그 부(수사팀)는 축하 문자·전화 받고 축하파티를 합니다. 더욱이 이 사건은 1년 넘게 매달린 사건이고, ‘추석 밥상’(추석 때 이재명 구속 얘기가 오가는 상황)으로 자신 있게 준비한 건데, 이런 개망신이 없죠. 소명 자체도 안 됐다고 하니 난리가 난 거죠. 감정적으로 안 될 수가 없죠. 별거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최영승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검찰의 강한 반발은 법집행기관으로서 본분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 법률과 양심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의미이며 법치주의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2022년 10월24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동에 자리한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이득 본 사람이 범인’이면 윤 대통령 처가는?

“(영장판사에게) 반문하고 싶다. 정치적 높은 자리에 있으면, 조폭 두목이 아랫사람에게 칼을 쥐여주고 살인을 지시해야 살인 지시인가? (민주당 쪽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회유(의혹)에서 이득 얻은 사람은 누군가? 이재명 본인이다.”(9월28일 수원지검 수사책임자)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을 ‘조폭 두목의 살인 지시’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이런 감정 섞인 태도는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검찰이 정치세력화됐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ㄴ변호사는 지적했다. “한명숙(전 총리) 무죄 사건 때랑 진경준(전 검사장)·권성동(의원)·곽상도(전 민정수석) 무죄 때 검찰의 반응을 비교해보세요. 이재명 수사와 윤 대통령 부인 수사에 투입된 인원을 비교해보세요.” 2011년 11월 9억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명숙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이후 징역 2년 유죄 확정)받자, 당시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이 기자들에게 “표적 판결이다. 봐주기 위해서 결론을 내놓고 증거를 조각내서 본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2016년 12월 김정주 넥슨 창업자로부터 진경준 전 검사장이 받은 4억원의 ‘공짜 주식’이 뇌물이 아니라는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구속의 이유는 ‘재판을 제대로 받게 하기 위해서’가 돼야 하는데, 지금 검찰은 구속을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리는 차원’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언론에서 뭇매를 맞은 피고인은 재판에서 위축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요. 한쪽 당사자이면서도 ‘심판’인 판사를 비난하는 건, 판사를 압박하는 특별수사 기법이에요. 판사 사찰문건도 그런 용도였고요. 또 자기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검찰 정당’으로서의 주장입니다. ‘이재명은 나쁜 놈인 게 맞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요. 나아가 ‘저쪽에서는 90만 명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들고 왔다, 우리 지지자들, 너희는 앞으로 어떻게 할래?’ 이런 얘기죠. 그리고 ‘이득 본 사람이 범인’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양평고속도로·공흥지구 특혜 의혹에서 이득 본 윤 대통령 처가 쪽은 왜 구속 안 하나요?”

ㄱ검사도 “이득 본 사람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커요. 더욱이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논리에도 안 맞죠”라고 했다.

2020년 2월10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국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영장 기각이 죄 없다는 아니다’는 “의미 없는 말”

여권에서 나오는 “영장 기각됐다고 죄가 없는 건 아니다”라는 구호에 대해 ㄴ변호사는 “의미 없는 말입니다. 그 말은 영장을 치거나 소명이 됐다고 ‘유죄는 아니다’라는 말과 같은 말이죠. 다만 영장이 기각됐으니 죄가 없다는 말은 ‘과한 주장’이라 할 수 있지만, 검찰이 평소에 하듯, 발부됐으니 죄가 있다고 하는 건 ‘명백히 틀린 주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관련자 21명이 구속됐기 때문에 정점인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지 않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한동훈 장관)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관련자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땐 ‘윗선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호소해놓고는, 일단 관련자들을 구속하면 ‘이렇게 아랫사람만 구속하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고 한다. 법리나 증거보다는 상식과 감정에 의지하는 일종의 ‘기술'이다.

지난 1년여라는 오랜 기간 내로라하는 ‘칼잡이’(특별수사부 검사)들을 총집결시키고도 ‘소명조차 의심스럽다’는 법원 판단은 받은 건 사실상 ‘낙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검찰 수사가 범죄사실·증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맞수인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노린 수사였던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등등하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은 이재명이 권력이라고 주장하지만, 판사가 정말로 정치적 판단을 했다면 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다. 판사 입장에서는 검찰이 더 무섭지 않을까. 정진석(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도 있고,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대법원장도 검찰 입맛에 맞게 임명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뒤 상대편 후보를 수사한 건 노무현 정부 들어 검찰이 이회창 수사한 것 정도인데, 그마저도 무혐의로 처분했다. 정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남기고 존중했다”며 “대통령의 정치적 대립 항에 있는 야당 대표라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성격상 국민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은 자제되는 게 원칙이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이 있듯 어느 정도 수준에 서 하다가 안 나오면 중단하는 게 맞는다. 2년째 비 올 때(구속될 때)까지 기우제 지낸다(수사한다)는 식의 검찰권 남용의 대표 사례다”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조차 우려가 나온다. 검사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3년 9월8일 페이스북에 ‘옛날에는 아무리 큰 사건도 두 달 이상 끌지 않았는데 이거야 원 이재명 대표 비리 사건은 2년이나 끌고 있으니 요즘 검찰이 무능한 건지 참 답답할 노릇이다’라고 썼다. 같은 달 27일엔 ‘이제부터라도 이재명에만 매달리는 검찰 수사 정치는 버리고 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로 증명할 만한 게 있으면 빨리 기소해서 법원 판단을 받는 게 맞지, 여당이 정치적 국면이 어려울 때 정치에 개입해 영장을 치는 등으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것 같아요. 대통령실 지시 내지 묵인하에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검찰이 부역하는 ‘수사정치’ 행태로 보입니다.”(이재근 처장)
그래픽 디자인㈜ 장광석

국정농단보다 큰 수사팀, 압수수색 규모도 ‘역대급’

검찰은 이재명 수사에 ‘정치적 개입은 없다’는 근거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수사가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지만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 수사는 성격이 바뀌었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겨냥한, ‘이재명 수사’가 됐다. 일주일 뒤 임명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팀을 재편성했다.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성남지청 등 5∼6개 수사팀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만 5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수사본부·특별검사급 규모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 규모도 검사 25명 수준이었다. 이 대표 관련 수사의 범위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압수수색 규모도 ‘역대급’(검찰 쪽 주장 36회, 이재명 쪽 376회 이상)인 건 사실이다.

검찰은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뿐이라 설명한다.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로부터 개발 이익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았다’는 내용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돼 구속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에서 같은 해 9월26일 진술 태도를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공분이 일었고, 수사 전면 확대의 명분이 마련됐다. “사실은 그 700억원을 이재명 쪽과 나눠 가지기로 했었다”고 한 것이 뼈대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 ‘변심’의 이유가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강제 수사가 진행됐던 점이나, 변심 뒤 유 전 본부장이 석방(같은 해 10월20일)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거론된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진심으로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로 했다”(2022년 10월24일 <한국일보> 인터뷰)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검사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과거에도 ‘한명숙 재판 모해 위증 의혹’ 등등 검찰이 증인을 회유·협박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정점에 놓고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거나 재판에 넘긴 사건은 △개발업자 사업 편의를 봐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등의 대장동 의혹 △인허가 대가로 네이버·차병원 등이 성남FC에 후원금 133억5천만원을 내게 한 혐의(제3자 뇌물)의 성남 FC 의혹 △대통령 후보 시절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성남 시절 알지 못했다”고 발언한 김문기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개발업자 사업 편의를 봐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의 백현동 의혹 △㈜쌍방울에 방북 비용 등 800만달러(약 100억원)를 대신 내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의 대북 송금 의혹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티브이(TV) 토론에서 한 말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되자, 관련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회유했다는 위증교사 의혹 등등이다. 다만 검찰은 정작 이번 수사의 동기이자 본류인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한 ‘700억원(세금·비용 제외 428억원) 뒷돈 수수’ 의혹에 대해선 다른 범죄 혐의의 배경으로만 활용할 뿐 선뜻 재판에 넘기지 못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ㄷ씨는 “전례가 없는 수사죠. 검찰은 인허가로 특혜를 줬다는, 정책적 결정을 문제 삼고 있어요. 그런데 인허가 자체가 원래 특혜예요. 범죄가 되려면 (업자와 공무원 사이) 돈이 오간 게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돈 얘기는 애매하고, ‘그 인허가가 특혜냐’를 가지고 싸우는 형국이죠. 이런 정도라면 애초에 시작한 게 이상할 정돕니다. 또 이런 개발사업 성격상 돈 흐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어요. 이렇게 오래 수사했는데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간 돈이) 아직 안 나왔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요. 이상한 수사죠”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검찰 관행적인 수사 방식이 ‘표적 수사’로 이어지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희 전 경찰대 교수는 “검사는 ‘단독제’라 수사 판단은 검사가 스스로 하는 게 맞지만, 독단에 빠질 수 있으니 검사장 등이 제한적으로 지휘하는 거예요. 그런데 수사팀이 꾸려지면 수사팀을 꾸리는 단계부터 검찰총장이 다 개입하니 ‘검사’ 할 주체가 없어진 거죠. 혐의도 불분명한데, ‘의심스러우니 일단 털어봐라’라는 식으로 될 수도 있고요. 전부 수사권 남용이에요. 수사는 신의 영역이 아니에요. 그래서 검사가 경찰 수사를 반드시 지휘해야 하는 거고, 심판권은 법원에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간의 대화가 대선 직전 보도된 경위를 수사하려 검사 10여 명을 투입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릴 때도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은 강조하면서도 무슨 혐의로 수사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권을 자제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 ㄱ검사는 “‘더 해라, 더 해라’ 분위기지, 자제하자고 하면 찍히는 분위기”라고 했다. ㄷ변호사도 “지금 수사팀을 보면 ‘이재명은 무조건 나쁜 놈이니까 구속해야 한다’는 집단최면에 걸린 사람들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수사에) 뭐가 부족하다는 얘길 누가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디자인㈜

인허가 자체가 원래 특혜, 돈 오간 증거 있어야

이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등 향후 검찰 움직임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ㄱ검사는 “또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부결될 게 뻔한데 상식적이라면 영장을 다시 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승 겸임교수도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야 하는데, 동일한 범죄사실로 2년간 수사한 사건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ㄴ변호사는 “증거인멸 정황 쪽으로 추가로 관련자들 진술을 맞춰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영장 청구는 야당을 분열시킬 좋은 소재다. 기각되더라도 사법부 문제로 몰고 가면 된다고 볼 것”이라며 “언론도, 상대방 의견서 없이 소장만 보고 기사를 쓰듯, 검찰이 아무 말이나 해도 그대로 옮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요즘 검찰제도는 변사또가 춘향이를 잡아다가 수사도 하고 심판까지 하는 그런 식입니다. 직접 기소하면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당사자’를 배제해서 사심·분노 이런 걸 배제하라는 것이 근대 유럽에 ‘검사 제도’가 생겨난 이유 중 하나예요. 이번 이재명 대표 수사나 기각에 대한 반응을 보면 전근대 사법의 문제점이 짬뽕돼 있는 것 같아요. 검찰 스스로 피해자가 된 것처럼 감정적으로 됐다가, 법관처럼 (구속을 통해) 심판하려는 그런 괴물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수사에 국가 전체가 묶여버린 것 같아요. 위험하죠.”(이관희 전 교수)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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