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가정폭력”…타워팰리스에서 남편 질식 살해[그해 오늘]

이준혁 2023. 10.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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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9일, 부의 상징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인 남편의 생전 가정폭력에 대한 평가 여하를 불문하고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할 가치"라며 "이씨가 가정폭력의 희생자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찾지 않은 채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한 것은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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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2014년 10월 9일, 부의 상징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50대 여성 이모씨는 오전 7시 50분께 술을 마신 뒤 수면제를 먹고 잠든 남편 변모씨의 팔다리를 묶고 베개로 얼굴을 눌러 질식사시켰다. 이씨는 범행 2시간 뒤 경찰에 직접 전화해 “내가 남편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이씨는 불법택시 영업을 하던 변씨를 만나 1984년 결혼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결혼 생활은 지옥과 같았다. 오락실 사업 등으로 크게 성공해 수백억대 자산가가 된 변씨는 이씨에게 수시로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다. 특히 술은 마신 날에는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도 이씨를 폭행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경찰 조사에서 “평소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몇 번이나 병원 신세를 지고, 남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아들을 두고 도망치거나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했다. 30년을 버텨왔다는 그는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려다가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살해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사진=뉴스1)
검찰은 이씨의 범행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돈 문제를 배경으로 들었다. 다만 이씨는 친정집의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위장 이혼을 한 뒤 변씨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와 재산 분할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 내내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해 결혼하고 30여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씨가 남편을 살해할 무렵인 범행 당일엔 폭력 행위를 당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배심원의 다수결 평결에 따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망자는 말할 수 없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객관적인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요청했다.

이에 이씨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부유한 가정에서 숨겨진 가정폭력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숨진 피해자는 이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욕하는 등 학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숨진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학대와 폭행을 받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이씨의 아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씨 또한 이날 최후 진술에서 “아들이 영원히 힘들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세상을 너무 몰랐다.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잘못했다”고 탄소했다.

2심 판단은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이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인 남편의 생전 가정폭력에 대한 평가 여하를 불문하고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할 가치”라며 “이씨가 가정폭력의 희생자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찾지 않은 채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한 것은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남편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결박하고 범행의 흔적을 남기려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이씨가 단순히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당시 평소와 다른 정도의 가정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기에 범행 동기 또한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씨가 약 30년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갖은 인격모독, 폭행, 폭언 등 가정폭력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점, 신경성우울증으로 인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한 점, 이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준혁 (leej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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