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핵 융합 작전계획이 시급하다 [안호영의 실사구시]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상상도 못했던 북·러 군사동맹 재개
러시아, 정찰위성 기술제공 가능성
워싱턴선언으로 보스토치니 맞서야
몇 년 전 러시아 고위관리와의 대화 중 필자는 북한이 핵개발의 이유로 '안보불안'을 내세우는데, 러시아가 1996년 폐기된 군사동맹을 다시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이 관리는 러시아가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와 동맹이 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지난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이루어진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 만남의 목적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대량 살상 무기 제조 기술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탄약, 포탄, 로켓포 등을 러시아에 전달한다고 의심받아왔다. 지각으로 유명한 푸틴이 우주기지에 30분 미리 도착하여 기다릴 정도로 정성을 쏟는 것을 보면 상당한 양의 재래식 무기가 전달될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가 어느 수준의 대량 살상 무기 제조 기술을 북한에 넘겨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첨단 무기 제조 기술을 철저히 보호했고,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 핵 비확산 체제의 유지는 러시아에도 중요한 문제라는 점 등을 들어 북한에 제공되는 첨단 무기 제조 기술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패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푸틴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주게 되므로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대량 살상 무기 제조 기술을 북한에 넘겨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푸틴 스스로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면담이 이뤄진 이유가 북한에 위성 기술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러시아는 보스토치니 회담 내용을 우리 정부에 알려주겠다고 했다는데, 그 내용은 신빙성이 극히 낮을 것이다. 향후 러시아와 북한의 행동에서 그 합의 내용을 일부 짐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결국 제일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이 면담을 비난하고, 상응한 제재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이 이미 높은 강도의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적인 경제 제재 조치의 선택에 제한이 따를 것이다. 북한 경우에는 러시아와 식량, 에너지, 인력 시장 협력 등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고, 북러 양국은 중국에도 유사한 협력을 종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제적 제재보다는 군사적 제재,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 무기 제공이 러시아에 효과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미 나토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그런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에 대한 대비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르자면 북한에 전달될 대량 살상 무기 제조 기술의 전모는 아직 불명확하다. 그러나, 푸틴이 전달을 시사한 위성 기술만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그리고 정찰 위성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방미에서 확장 억제력의 획기적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선언'이 채택되고,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한·미·일 3국 간에 북한 핵에 대한 구체적 협력을 약속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워싱턴선언'에서 한미 양국은 공동 기획, 공동 이행을 통하여 북한 핵에 대응하기로 약속하였다. 보스토치니 회담으로 북핵의 위협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워싱턴선언'의 이행 체제 마련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그 중요한 단계로서 한미 연합사의 작전 계획에 재래식·핵무기 융합작전 계획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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